반도체 ‘훈풍’에 막바지로 가는 사법리스크…볕 드는 삼성전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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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에 상승세
외국인 중심 ‘러브콜’…목표주가 ‘9만원’
내년 초 ‘불법 승계 의혹’ 1심 선고 전망

최근 글로벌 증권 시장에서 반도체주가 잇따라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6만원대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 주가에도 탄력이 생겼다. 올 연말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흐름이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5% 넘게 오르는 등 상승 동력을 이어가는 흐름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1.9% 크게 올라 두 달여 만에 7만2000원선을 회복했으며, 이날에도 0.83% 상승해 7만2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세 영향이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를 5760억원가량 팔아치웠으나, 이달 들어서는 5060억원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난 6일 이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복권 이후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0% 가량 올랐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번지면서 11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5% 넘게 올랐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반도체 바닥 찍었다” 기대감에…삼성전자 사들이는 외국인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확대된 것은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 덕분이란 평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PC 시장이 회복되면서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반등에 성공했다. 이미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 10조원(2432억 대만달러) 수준으로,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4분기에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줄어든 3조48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조4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실적이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더해 AI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등 생성형 AI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지난 13일(현지 시각) 출력 속도를 2배 높인 최신 AI칩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번지는 것도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시장 예상치(3.3%)를 밑돌았다. 미 당국이 중시하는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 오르는 데 그쳐 예상치(4.1%)를 하회했다. 이에 시장에선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심리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15일 윤석열 정부 첫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복권된 이후 1년이 지났다. 사진은 이 회장이 6월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관련 결심 공판에 참석한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사법리스크 털어낼까…불법승계 의혹 재판 결과 ‘촉각’

이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리포트가 잇따르고 있다. 각 증권사에서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9만원대다. 9만4000원을 제시한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실적은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의 적자가 축소되고 메모리 업계의 감산 지속으로 수요가 회복되며 D램과 낸드의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시장의 관심은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향배에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른바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만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오는 17일 결심공판이 열린다. 2015년 불법적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4조원 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이 회장이 관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통상 결심 공판 이후 선고까지는 2개월 이상 소요되는데다 수사 기록만 19만 쪽에 이를 정도로 사건이 방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심 선고는 해를 넘겨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해당 사건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을 거쳐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복권을 통해 5년간 취업 제한이란 족쇄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회장이 재차 구속될 경우 삼성전자는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 회장은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 등에 매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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