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성장통’ 앓는 중…용기 갖고 ‘통합’ 실천해야”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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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與혁신위 참여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교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민생 외면…피해는 국민이”
“與지도부와 갈등 없어…김기현, 때가 되면 ‘결단’ 할 것”

최근 정치권의 시선은 ‘푸른 눈의 의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쏠려있다. 그러나 여당의 혁신은 인 위원장 1인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여당 혁신위에는 인 위원장 외 12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매일, 매주 치열하게 토론하며 혁신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인 위원장과 닮은, 그러나 다른, 그래서 독특한 위원이 있다. 주인공은 박소연 혁신위원(40)이다.

박 위원은 인 위원장의 의료계 후배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로, 15년차 의사다. 《강점으로 키워라》 등 서적을 펴낸 ‘육아 전문가’이자 ‘워킹맘’이기도 하다. 박 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를 살아내고 있던’ 의사가 돌연 여당에 ‘메스’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박 위원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틀림의 정치’ 탓에 모든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의 변화를 이끌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 간의 갈등설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되면 (당의 중진들이) 격전지로 가 정치 경험을 발휘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박 위원을 만나 혁신위 참여 계기와 향후 과제 등을 물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박소연 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박소연 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인이 아닌 의사다. 혁신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일하는 엄마다. 정치를 뉴스로만 접했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가 독서모임을 했는데, 같이 참여했던 분이 여성이면서 전문가인 저를 (혁신위에) 추천해도 되겠냐고 묻더라. 처음에는 거절했다. 정치를 몰라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혁신위 참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원장이 인요한 교수님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분이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수님의 삶의 궤적을 봤을 때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그분이 밝혀왔던 철학에도 공감했다.”

가족이나 동료들의 만류는 없었나.

“처음에는 남편이 완강히 만류했다. 치과의사로서 책도 쓰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한 정당의 일원이 되면 ‘꼬리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제가 결심을 밝히자 결국 ‘굿럭’(행운을 빈다)이라 응원해주더라. 또 5060세대 친척들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축하해줬다. 반면 3040세대 지인들은 ‘이걸 굳이 왜 하냐’며 말렸다. 국민의힘이 확실히 청년층 사이에선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인요한 위원장을 의학계 선배가 아닌 혁신위를 이끄는 리더로서 평가한다면.

“인 위원장에 대한 제 첫 시선은 호기심이었고, 지금은 ‘절대 존경’이다. 매일 배우고 놀란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고 큰 뜻을 가진 분이다. (인 위원장이) 인터뷰 등에서 ‘혁신위 두 달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혁신을 위해 온몸을 바치고 계시다.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활발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배경에는 인 위원장의 리더십이 있다. 회의 때마다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정하게 발언 기회를 주신다. 혁신위가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동력이다.”

혁신위의 첫 메시지가 ‘통합’이었다. ‘통합’이 혁신의 시작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은 하루하루 사는 게 버겁다. 물가는 올라가고 일자리는 불안하다. 그런데 나를 대표해서 뽑은 국회의원은 매일 싸우고 있다. 이 탓에 민생은 뒷전이고 피해는 국민이 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을 비난하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니, 국민을 위해서 일 할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의견이 다르다고 그 사람을 내쳐서는 안 된다. 통합과 포용이 있어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변화가 생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박소연 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박소연 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혁신위원 중 박성중 의원은 친윤석열(친윤)계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대사면’을 두고 혁신위원들 간 이견은 없었나.

“비윤, 친윤을 구분하는 걸 국민들은 지긋지긋해한다. 혁신위라면 모두를 감싸고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통합 메시지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통합의 대상자로 지목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위의 통합 행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은 아닐까.

“혁신위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저희가 던진 통합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건 당이 해야한다. 홍준표 시장의 경우 처음 ‘대사면’에 대해 화를 냈는데 인 위원장께서 ‘맞습니다’라고 사과하신 뒤에는 저희를 지지해 주고 계시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는 손을 계속 내밀어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당에 기여한 부분이 많다. 젊은 보수의 상징이고, 굉장히 스마트(영리)하다. 그런 분을 잃는 건 당의 손해다.”

혁신위가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험지 출마‧불출마’를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혁신의 ‘혁’자가 ‘가죽 혁’자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수반하는 게 혁신의 시작이다. 변화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저는 국민의힘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로 가기 위한 고통이다. 국민의힘 슬로건이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대로’다. 여기에 정답이 있다.”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불출마’가 정당과 국민 입장에서 정말 ‘플러스’가 될까.

“이 정도는 해야 국민들이 혁신이라 받아들일 것이라 본다. 다만 의원들마다,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르다. 지역을 위해 다선 의원이 필요할 수도 있고, 선수가 많아지면 국회의장도 할 수 있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기준을 정해 ‘내치는 것’ 보다는 의원님들에게 권고를 드리는 것이다. 특정 의원들의 이름을 리스트로 작성한 적도 없다. 험지라기보다 격전지로 와서 정치 경험을 발휘해 주셨으면 한다.”

일각에선 김기현 대표가 총대를 메고 격전지로 가거나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대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마치 혁신위와 지도부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김기현 대표께서 첫 혁신안을 바로 처리해주셨다. 김 대표가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시간이 있는 만큼 결단에 필요한 시간이 있다. 분명 어느 시점에선 결단하실 거다.”

다만 혁신위는 임기가 정해진 조직이다. 일부 혁신위원들이 지도부가 혁신안을 빨리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혁신위를 조기해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위원들 간 생각이 굉장히 다양하다. 실제 그런 얘기가 오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저희가 해체를 결심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해진 임기까지 혁신위 활동을 잘 마무리할 것이다.”

국민의힘 박소연 혁신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박소연 혁신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혁신위가 출범했다는 것은 당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위기를 낳은 게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수직적 당정관계가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 같다. 저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강서 보궐선거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만큼은 당이 중심이 돼야한다. 다만 여당인 만큼 정부 정책 기조와 동떨어져서 갈 수는 없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했다. ‘공천 룰(rule)’도 혁신위 ‘수술’ 대상인가.

“혁신이 되려면 인적 쇄신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에서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세부적 룰은 거기서 다루는 게 맞다. 다만 저희는 상식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공천 방향과 틀을 제시할 것이다.”

앞서 발표된 ‘최재형 혁신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나.

“최재형 의원님께서 혁신위에 오셔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최재형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도 검토했다. 저희 어젠다에 도움이 된다면 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다만 시기와 상황이 달려졌다. 당시 혁신위와 지금의 혁신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혁신안 1~3호로 통합과 희생, 변화를 띄웠다. 앞으로 발표될 혁신안의 힌트를 준다면.

“현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화요일에 화상회의를 했고, 금요일 오프라인 회의에서 격렬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다. 그만큼 혁신안으로 제시되는 키워드와 의견이 다양하다.”

‘일하는 엄마’로서 여성 이슈나 육아 정책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관련 키워드가 혁신안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을까.

“실제 (토론 중) 여성 이슈도 나왔다. 하지만 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나이별로 겪어온 상황이 다르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겠다 해서 보류된 상태다. 제 시대만 해도 출산과 육아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일을 하면서 출산과 육아가 이어진 30대 초중반시절이었다. 버티는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 여성 인재가 너무 없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4050세대 여성이 커리어를 유지하려면 고통과 희생이 있어야 했다. 버티다 경력 단절이 되어버린 4050세대 여성이 너무 많다. (커리어의) 허리가 끊겨버리는 셈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2030세대 여성은 ‘결혼과 육아가 저런 모습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없어지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은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에서 아이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발달 단계가 다르다. 성장하는 속도도 남자가 2~3년 더 늦은데, 우리 교육체계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여자 아이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구조다. 상대적으로 남자 아이들이 억눌리다보니 그런 ‘화’가 ‘젠더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젠더에 대해 접근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선거 때만 할당 하듯 정책을 던지면 젊은이들이 서로 혐오하게 되는 지형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여성정치인은 압도적으로 부족한 편이고, 아직도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에 언젠가는 신중히 접근해서 다루고 싶다.”

혁신위와 별개로 당 지도부가 ‘서울 메가시티’, ‘공매도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을 화두로 띄웠다.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물론 모든 정책마다 찬성과 반대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헐뜯는 정쟁에서 벗어나 건설적 어젠다(의제)로 ‘판’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토론이 가능한 주제들이다. 이제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조율하는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인요한 혁신위’는 다를 수 있을까.

“물론 저희(인요한 혁신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성공과 실패는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저희가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은경 혁신위가 실패한 이유는 세 가지라 생각한다. 다양성과 대의, 용기가 없었다. 혁신위는 대의를 갖고 큰 틀의 혁신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용기다. 대의가 실행되도록 용기를 갖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응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거나 현실 정치에 참여할 의향은 없나.

“아들이 화가 많이 나있다.(웃음) 병원 진료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얼른 (복귀해) 어린이들 충치 치료도 해줘야한다. 혁신위를 시작할 때 인 위원장이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혁신위를 잘 마무리하고 돌아갈 예정이다.”

정치 외 개인적인 관심사, 목표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이다. 국가의 존폐를 흔들 만큼 문제가 크다. 그런데도 저출산 대책이 피상적으로 머물러있다. 결국 아이들이 미래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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