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건강보험 수입·지출구조 유지 어려워”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11.17 09: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국가 부담 능력 범위 내에서 의료비 지출액 정해야”
“건강보험료율 먼저 정한 후 의료수가 책정해야”
지난 8월30일 오후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 설치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 관련 배너 Ⓒ연합뉴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근본적인 재정 관리 체계를 크게 손질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 연합뉴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근본적인 재정 관리 체계를 크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의료비 등으로 나가는 지출에 맞춰 보험료 등 수입 액수를 정하는 현재의 전통적 수입·지출 구조를 더는 유지할 수 없는 시점이 왔다며 현행 제도와는 반대로 수입에 근거해 지출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건보)재정 관리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토대가 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선 국내 총 인구 감소로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조기 진입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잠재 경제성장률도 하락하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2023년과 2024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2%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보사연은 건강보험 재정 여력이 고갈되는 현실을 고려해 '양출제입'(量出制入: 지출을 먼저 결정한 후 이에 맞게 세금을 거두는 방식)의 관행화된 경로 의존성을 탈피해, '양입제출'(量入制出: 수입을 먼저 계산한 후 지출 규모를 맞추는 원칙)로 건보 재정관리 체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의료기관, 약국 등 의료 공급단체들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에 지급하는 요양 급여비용, 즉 '수가(酬價) 인상'을 결정하고, 이런 보건 의료비 지출 규모에 연동해서 건강보험료율을 올리는 등 수입 규모를 정하는 구조이다. 사실상 진료비를 통제할 기전이 부재한 실정인 것이다.

보사연은 이런 건보재정 관리 구조를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건보 제도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 재정 관리 체계로 혁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율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에 총 의료서비스 가격 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을 제언했다. 현행 '선(先) 지출→후(後) 수입' 구조를 '선(先) 수입-후(後) 지출'로 바꿔서 재정관리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지금의 획일적 의료수가 인상 방식에서 벗어나 필수 의료와 고가치 의료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의료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결정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