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40, 이재명이 안 보인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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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출마‧이준석 신당‧인요한 혁신위…與에 이슈 집중
최강욱 막말, 청년 혐오 현수막 논란 등 당내 악재는 계속

‘강서구 보궐선거 완승’으로 쾌재를 불렀던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보선 이후 정치권의 ‘1면 뉴스’를 국민의힘이 독점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매주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출마를 시사한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연일 화제를 부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3% 성장률 회복’ 등 민생 이슈를 띄웠지만, ‘청년 혐오 현수막’ 논란과 ‘최강욱 암컷 발언’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며 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신당‧출마‧혁신’에 쏠린 대중 관심

최근 정치권의 관심은 단연 여권의 두 인물에게 집중되고 있다. 신당 창당을 시사한 뒤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동훈 장관이다. 이 탓에 여야의 수장,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양상이다.

22일 대중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구글 데이터(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검색어의 경우 100, 가장 높은 시간대 기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5~22일) 가장 뜨거운 인물은 단연 한동훈 장관이다. 출마설에 휩싸인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에 오르면서다. 한 장관의 부인 진은정씨의 봉사활동 현장 사진이 공개된 지난 15일 ‘한동훈’ 대중 관심도는 80을 기록했다. ▲이재명 22 ▲이준석 20 ▲인요한 15 ▲김기현 5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한 장관이 대구를 찾은 17일과 21일에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17일 대중의 관심도 수치는 ▲한동훈 71 ▲이재명 20 ▲이준석 18 ▲인요한 10 ▲김기현 4를 기록했다. 21일에는 ▲한동훈 99 ▲이재명 32 ▲이준석 28 ▲인요한 9 ▲김기현 2를 나타냈다. 한 장관이 국회를 찾은 22일에도 ▲한동훈 64 ▲이재명 37 ▲이준석 17 ▲인요한 5 ▲김기현 4를 기록했다.

한 장관이 대중의 관심도 1위를 놓친 날은 18일과 19일이었다. 이날 대중의 관심도가 쏠린 인물은 이준석 전 대표였다. 이날은 이 전 대표가 본인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연락망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18일 대중의 관심도 수치는 ▲이준석 100 ▲한동훈 56 ▲이재명 28 ▲인요한 6 ▲김기현 2를 기록했다. 19일에는 ▲이준석 78 ▲한동훈 27 ▲이재명 13 ▲인요한 4 ▲김기현 0을 나타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혁신 타이밍 놓쳐…‘승자의 저주’ 우려도

정치 뉴스가 ‘국민의힘 집안 사정’에 집중되면서 민주당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 대표가 야심차게 띄운 ‘3% 경제성장론’이 묻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을 발표하거나 한동훈 장관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발생, 여당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금 나오는 뉴스들이 다 국민의힘 뉴스다. 공매도 금지 등 아젠다(의제) 세팅, 당내 혁신 경쟁 등을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한동훈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가 티격태격하며 경쟁하면 모든 이슈를 다 집어삼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 일각에선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가 좌초됐음에도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것이, 되레 당의 혁신 경쟁을 막는 장애물이 됐다는 것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의 사당’이 됐다”며 “이런 모습에 제동을 걸면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서 총선을 치르는 게 과연 옳은 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터진 이른바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 ‘청년 비하’ 논란,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설화 탓에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을 지휘하게 될 이재명 대표가 당내 분란을 잠재우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보궐선거에서 패한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를 만들어 연일 뉴스를 내놓고 있다. 그 성과가 실제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혁신하겠다는 말은 넘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뺏긴 이후로 한 번도 의미 있는 혁신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도 민주당은 그냥 지금 그대로 총선을 치를 태세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저 모양이니 가만히 있어도 이긴다는 오만에 갇힌 것”이라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압승은 민심을 외면한 집권 세력의 자충수가 낳은 결과였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글면서 “당장은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국민의힘으로 향해 있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국민은 민주당을 향해 ‘당신들은 혁신에 손 놓은 것인가’라고 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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