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부자 동반 퇴진한 세원그룹, 재건은 여전히 ‘첩첩산중’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0:00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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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 실적·주가 하락에 주주 소송까지…세원그룹 측 “자산 늘어난 만큼 주가 떨어질 이유 없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세원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다. 세원그룹은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세원정공과 세원물산 등을 거느리고 있다. 국내외 계열사 12곳의 매출은 최근 2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말이 협력업체지 웬만한 우량 중견기업을 능가한다. 하지만 지난 5월 오너 3부자가 법원에서 동시에 유죄를 선고받고 물러난 후, 핵심 계열사의 실적과 주가가 맥을 못 쓰고 있다.

2018년 시작된 검찰 수사가 발단이 됐다. 검찰은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과 장남 김도현 전 세원물산 대표, 차남 김상현 전 세원정공 대표 등을 동반 기소했다. 두 아들이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 등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였다. 검찰이 파악한 김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규모만 4000억원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은 2019년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법원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심은 김 회장과 두 아들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회장 일가는 지난해 3월 계열사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도현·김상현 전 대표는 올해 1월 손해 보상 차원에서 에스엠티·에스엔아이 지분을 각각 세원물산과 세원정공에 무상으로 넘기기도 했다. 지분 기준으로 각각 39%와 47.7%이며, 지분 가치는 각 800억원에 육박했다.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내부통제 제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두 아들은 항소심에서 실형을 면할 수 있었다.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 ⓒ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 ⓒ세원그룹 홈페이지

6년째 이어진 오너 리스크에 ‘한숨’만

하지만 김문기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문기 피고인이 자녀들에 대한 부의 이전과 그에 따른 조세 회피를 위해 범행을 계획하고, 모든 범행 과정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법과 기간, 피해 규모, 가담 정도 등을 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지난 5월 김 회장 일가의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오너 2세들은 지난 6월 세원물산과 세원정공에 내놓은 에스엠티·에스엔아이 지분을 다시 회수했다. 물론 1월과 달리 각각 757억원과 784억원의 거래대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5개월 만에 다시 사들일 주식을 왜 내놓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세원그룹 측은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 측이 먼저 매각을 타진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 날 것이 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너 2세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오너 개인의 입장이니만큼 회사는 알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재계에서는 김도현·김상현 전 대표가 에스엠티·에스엔아이 지분을 내놨다가 다시 사들인 시기에 주목한다. 오너 2세들이 두 회사 지분을 무상으로 내놓을 때가 항소심 선거공판 직전이었고, 되산 시기가 대법원 선고 직후였기 때문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너 2세들이 형을 감경받기 위해 문제가 된 지분을 무상으로 내놨다가 형이 확정된 후 회수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이 있다. 세원그룹은 2018년부터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편법 승계 혐의로 오너 3부자가 동반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그럼에도 항소심을 앞둔 2022년까지 내부거래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오너 2세들이 지배하는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 세진 등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세 회사의 매출 의존도는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세원그룹 관계자는 “문제가 된 거래는 모두 정리했다. 상장 재개를 위한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도 확인을 받았다”면서 “감사보고서에 남아있는 내부거래 매출은 과거 수주받은 것으로 잔금이 나가는 시점이 1~2년 걸리기 때문에 서류상 남아있는 것이다. 올해는 이 내부거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세원그룹의 설명대로라면 오너 3부자의 동반 기소와 실형 선고, 경영 퇴진을 낳은 초유의 사태는 일정 부분 해소된 셈이 된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당장 승계 절차에 급제동이 걸렸다. 요컨대 세원그룹은 그동안 장남이 세원물산을, 차남이 세원정공을 경영해 왔다. 후계구도 역시 두 회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오너 3부자의 유죄 판결과 경영 일선 퇴진으로 당분간 경영 공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계열사의 실적도 발목을 잡고 있다. 엔데믹 이후 진행된 고환율·고금리·고물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대다수 기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신세계건설, 호텔롯데, 넷마블, 카카오페이, 에코프로머터리얼즈 등 주요 기업 영업이익이 최근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세원그룹 원청회사인 현대차그룹은 반대였다.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올해 사상 최대인 27조원으로 추정된다. 1차 협력업체인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의 실적 역시 현대차와 보조를 맞춰야 정상이다.

세원정공 주주대표 소송 결과 주목

하지만 두 회사의 실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원물산의 매출은 1711억원으로 전년(2101억원) 대비 18.6%%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소폭 감소했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특히 3분기의 경우 영업이익이 16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6월 결산법인인 세원정공의 경우 올해 매출은 1592억원으로 전년(1152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당기순손실 폭은 지난해 279억원에서 올해 313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원정공의 경우 주주대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거래 정지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는 취지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장 회사 주가가 요동을 쳤다. 거래정지 이전까지만 해도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의 주가는 2만~3만원대를 오르내렸다. 현재 두 회사의 주가는 6000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세원그룹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 상당수를 손해배상용으로 세원물산과 세원정공에 제공한 상태기 때문에 회사는 손해 날 것은 없다”면서 “주주대표 소송 역시 현재 오너 일가와 주주들 간에 중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원정공과 세원물산은 오너 2세 회사와의 거래에서 각각 800억원 가까운 자산을 늘렸다”면서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주들의 항의가 많다. 현실적으로 주가가 왜 하락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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