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왜 여기서 나와”…출마설에 급등 ‘정치 테마주’ 주의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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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개월 앞 ‘테마주’ 기승…‘한동훈株’ 상한가 릴레이
‘학연‧지연‧혈연’ 이유만으로 들썩…“재료 꺼지면 급락 주의”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증권가에 ‘정치인 테마주’ 주의보가 내렸다. 테마주는 특별 호재 없이 크게 올랐다가 재료를 상실하면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

27일 장 초반 두 종목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대상홀딩스우(084695)와 깨끗한나라(004540)다. 두 종목은 모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테마주로 묶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한 장관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관련 테마주도 덩달아 주목받는 흐름이다.

대상홀딩스는 양동운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 임상규 사외이사가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와 직장동료라는 점 등을 토대로 일찌감치 ‘한동훈 테마주’로 꼽혔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한 장관이 현대고 동창이자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연인인 배우 이정재와 식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상홀딩스 주가에 불을 붙였다.

깨끗한나라의 경우 학연보다는 지연이다. 깨끗한나라의 청주 공장이 현재 한 장관의 유력한 출마지로 거론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같은 곳에 본사가 있는 심텍홀딩스(036710)와 영보화학(014440)도 이날 장 초반 한 때 각각 26%, 16%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어릴 적 청주에 살았다’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 장관이) 초등학교를 다닌 곳이 청주인데 청주 정도면 훌륭한 출마지”라며 충청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최근 증권가에서 한 장관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최근 증권가에서 한 장관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증권시장에 불 붙인 한동훈…학연‧혈연‧지연 ‘주목’

한 장관의 출마가 가시화하기 시작한 이달 초로 시점을 확장하면, 단연 주목받는 종목은 디티앤씨알오(383930)와 체시스(033250)다. 지난 1일 3630원이던 디티앤씨알오는 지난 24일 825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체시스는 1597원에서 3135원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120% 안팎의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다만 이날에는 두 종목 모두 5%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디티앤씨알오는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학과 동문이라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체시스 또한 부사장과 사외이사가 각각 한 장관과 미국 콜롬비아대와 서울대 동문이다. 두 종목 모두 별다른 호재가 없는데도, 한 장관과의 학연으로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연일 급등했다.

이밖에 한 장관과의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테마주로 묶인 종목을 나열하면, 부방(014470)‧핑거(163730)‧제일테크노스(038010)‧태평양물산(007980) 등이 있다. 이들 종목 역시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50% 넘게 큰 폭으로 올랐다.

다수의 정치인 테마주 가운데 한 장관 테마주가 유독 들썩인 것은, 그만큼 한 장관의 출마에 관심이 쏠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장관은 정치 경력 없는 검사 출신 인물로서 이번에 출마를 하게 되면 첫 데뷔 무대를 갖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정치인들은 과거 선거 이력이 있지만 한 장관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테마주가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한동훈 장관이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를 방문한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7일 한동훈 장관이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를 방문한 모습. 이날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정치 무대 데뷔’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테마주 거품 빠르게 꺼진다…투자 유의”

정치 테마주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치 테마주는 1987년 노태우 정권부터 시작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활성화한 이후로는 각종 지라시와 카더라 정보가 유통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테마주’란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변동성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테마주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인과는 별 관련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20대 대통령 선거 정치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당시 특정 후보의 테마주로 언급된 83개 종목 중 90% 이상이 후보와 경영진 사이 공통지인(44%), 사적인연(18%), 학연(16%), 종친(6%), 지연(5%)등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 그런데도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이 148번이나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품은 빠르게 꺼진다. 불과 두 달 전까지 한 장관 테마주로 묶였던 극동유화(014530)와 태양금속(004100)이 대표적이다. 극동유화는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컬럼비아 로스쿨 동문이며 태양금속은 한우삼 회장이 한 장관과 같은 청주 한씨다. 태양금속은 9월6일 최고가인 4445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31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테마주로 묶이기 전 가격(1600원 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상태다. 극동유화 역시 최고가 5870원에서 20% 내린 46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공매도 거래 규제 국면에선 주가 거품이 더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거래자들은 정치 테마주 주식들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가격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일 가능성이 큰데, 이들의 시장참여가 차단되면 거품이 계속 누적되면서 자칫 주가 하락 국면에 하락 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내년 총선 이후인 6월까지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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