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앙 정치와 행정의 ‘폐쇄적 철벽’이 문제다
  •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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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부터 고향사랑기부제 통합플랫폼 고집까지
“반복되는 문제 해소하려면 민간과 협의·협력하며 시스템 재구축해야”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정부의 폐쇄적 운영이 문제라고 수도 없이 지적해왔다. 중앙 부처의 조직, 예산, 담당자 사이의 모든 벽이 문제다. 관료 시스템에서 담당자가 철벽을 치면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담당자의 철벽은 인사권자가 그 문제를 파악한 경우 인사발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부서가 집단으로 철벽을 치고, 조직 논리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서의 분장업무를 다른 부서로 옮기든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후자는 조례나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등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다. 

부처 전체가 철벽을 치고 다른 부처와 충돌한다면 입법을 통한 조직 개편으로 업무분장을 조정하거나 대통령이나 총리실이 나서서 협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역시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와 행정부가 담합해서 철벽을 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예산을 논의할 때 행정부와 국회의원이 밀실에서 담합하여 내놓는 예산사업이 비일비재하다. 이 예산 과정에 국민은 물론 관련 전문가, 지자체도 배제되고 짬짜미로 만든 예산사업들이 매년 나타나고 있다. 법으로 정한 사업타당성조사를 특별법을 제정해서 무력화시키는 사례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발생한 정부 정보시스템의 먹통 사태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 정보시스템이 부처 간, 영역 간, 담당 조직이나 기관 혹은 담당자 간에 처져있는 철벽이 너무 높고 견고해서 생긴 문제로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근본적 문제는 외면하고 시스템 간 연결고리인 ‘라우터’ 문제만 언급했다. 이렇게 땜질 처방으로 대응하면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태원 사태, 잼버리 파행 운영 등도 이처럼 행정의 폐쇄적 철벽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하는데, 근본적 처방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여전히 폐쇄적으로 철벽 안에서 해결하려는 방식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높고 견고하게 쌓은 담장을 허물고 개방해야 한다. 민간과 협력하여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합의해가며 시스템을 재구축해나가야 한다. 최고의 보안기술은 물론 최신의 협업 기술이 모두 민간에 존재한다. 경제주체들이 요구하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공공부문에 적용만 하면 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정부는 더 이상 모든 일에 개입하겠다는 생각,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경제주체가 스스로 혁신해 나가도록 정부와 정치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사랑기부의 창구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고향사랑e음’의 한계가 어떤지는 게시판을 들어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에 목말라하는 지자체의 개선의견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제도개선 논의를 보면 여전한 철벽이 느껴진다. 아무리 개선해도 고향사랑e음을 고집한다면 오류와 비효율에 대한 불만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도를 개선하려는 행정안전부의 시도를 국회가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외교, 국방처럼 국가적으로 통일된 이슈와 국민 삶의 최저 수준을 높이는 방향에서 복지에 신경 쓰면 된다. 나머지는 경제주체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바라보는 수준을 유지하면 좋겠다. 그래야 중앙정부도 살고 지자체나 민간도 같이 살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행정안전부와 국회가 나서는 것 자체가 제도 활성화를 저해하는 간섭이 될 수 있다. 

정치나 행정이 주도해서 사회나 경제를 바꿀 수 있던 시대는 이미 30여년 전에 끝났다. 정치나 중앙 부처 관료가 사회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나서면 안 된다. 지난 30여년 간 정치와 행정이 주도해서 성공한 정책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다. 그리고 제도를 성공시킬 수 있는 자원은 지역과 민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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