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이 부모 잘못’ 표현 과했다” 사과했지만…‘리스크’가 된 인요한의 ‘입’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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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논란 후 ‘잠행’ 인요한, 하루 만에 “심심한 사과”
연이은 설화에 ‘인요한 리스크’ 표현 등장…혁신위 동력 잃을까 우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했다”며 사과했다. 전날 당원 간담회에서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크다”고 발언해 파장이 일자, 하루 만에 사과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인 위원장이 잇단 설화로 혁신위 위상 하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전날 충남 태안군에서 열린 당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온돌방 문화는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이 전 대표는 이날 “정치하는 데 부모 욕을 박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패륜적 발언)이 혁신이냐”며 “나이 사십 먹어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준석계인 ‘천아용인’은 물론 당내 지도부에서도 ‘K-꼰대’ ‘패륜적 발언’ 등 인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러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인 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30분 예정된 공개 일정을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구설 논란에 놀라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문제의 발언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이날 오후 6시께 당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인 위원장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혁신위 출범 초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라”고 말했다가, 영남 의원 등 당내 반발이 커지자 “농담도 못하나”라고 수습해 비판을 자초했다. 비슷한 시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전화를 매일 하는 엄청 친한 사이”라고 발언한 후 ‘김한길 배후설’ 등이 제기되자 이내 “잘못된 보도”라고 규정하며 언론 전반의 문제로 돌렸다.

이달 초엔 “남자가 아닌 똑똑한 여성들이 이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발언으로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그건 월권”이라며 거부하거나, 최근 “대통령은 나라님”이라고 발언해 당내서도 “혁신 아닌 간신”이라는 등 비난이 이어졌다. ‘희생 권고’로 김기현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던 중 “(대통령 측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고 주장해 혁신위의 독립성을 인 위원장 스스로 해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투리를 쓰는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서 처음 혁신위원장으로 등판했을 때만 해도 당내에선 그의 특유의 화법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인 위원장의 잇단 실언으로 인해 ‘인요한 리스크’가 혁신위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번 발언 논란이 남은 혁신위 활동에 차질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이날 오후 당무 감사 결과가 발표된 데 이어 내달 초‧중순경 총선 체제를 이끌 공천관리위가 정식 출범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혁신위 동력이 다시 살아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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