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악몽’ 되살아나나…홍콩ELS發 ‘불완전판매’ 논란 재점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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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대비 반토막 난 홍콩H지수…연계 ELS 대규모 손실 불가피
“위험설명 제대로 고지 안 해” vs “구조상 불완전 판매 불가능”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은행권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위기가 커졌다. 2년 전 대비 반토막 난 홍콩H지수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원금까지 잃을 것으로 추정되는 ELS 규모만 3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ELS를 판매해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 여부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 미비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과거 라임‧옵티머스‧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불거졌던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금용권이 4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H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 은행권에서 판매된 H지수 연계 ELS 상품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AP=연합뉴스
H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 은행권에서 판매된 H지수 연계 ELS 상품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AP=연합뉴스

“H지수 최소 30% 더 올라야 원금 손실 막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규모는 8조4100억원에 이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4조7726억원, 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40% 가량인 3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ELS 상품은 구조상 이례적인 지수 폭락만 없으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지만, 지금으로선 홍콩H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종목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지수로, 2021년 2월 12271.60까지 올랐다가 현재 6000선으로 반토막났다.

아직 해당 상품의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5대 은행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ELS는 ‘녹인(Knock-in)형’ 상품으로, 이는 가입 기간 중 지수가 기준선(녹인‧통상 50%) 아래로 한 번이라도 떨어졌을 경우 만기 시점에는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수준까지는 회복돼야 약정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즉 기초 자산인 홍콩H지수가 이미 녹인 구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만기 시점인 내년에는 최소 7000선에서 10200선까지는 올라야 원금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4%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규모는 8조4100억원에 달한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 불완전판매로 홍역 치른 금융권…“4년 만에 또?”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금 손실 위기에 놓인 가입자들 사이에선 은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의 ELS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권유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판매사가 상품의 위험 설명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하며 당국은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향후 손해배상 절차에서 불리해진다.

다만 금융권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4년 전 라임‧옵티머스‧DLF 등 환매 중단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에 불완전 판매 ‘칼바람’이 불면서, 관련 절차가 엄격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이 판매된 2021년도 1월에는 라임 사태 여파로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했을 때”라며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녹취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해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금융위·금융감독원·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원의 불완전 판매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보완할 게 있는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할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당국은 해당 판매사에 일정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최고경영자(CEO) 대상 징계 처분도 내릴 수 있다.

한편 4년 전 금융권을 뒤흔든 라임‧옵티머스‧DLF 사태 관련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다수 증권사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과태료를 냈다.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KB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의 CEO 제재 처분도 내렸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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