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현실 택해야” 병립형 가닥?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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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라이브서 “1당 놓치면 정부‧여당 폭주 못 막아”
‘권리당원 강화’엔 “분명히 해야 할 일…이견 있지만 이해해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라이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라이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내년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1당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병립형 선거제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 역시 이에 조심스레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당내 다양한 논쟁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한다면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적절하게 대화와 타협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의 비중이 높아진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요구되는 이상적 명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총선에서 승리해 제1당을 사수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 대표는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 주세요’라는 댓글을 읽고는 “맞다. 선거는 승부 아닌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고 말했다. 댓글 중 ‘병립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읽으며 “신중하게 논의하겠다. 어쨌든 선거는 결과로 이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당내에선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원내 1당을 넘겨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이 돌면서,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그동안 침묵해온 이 대표 역시 결국 병립형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제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대선을 열흘 앞두고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 이탄희·비명계 의원  등은 병립형 회귀는 공약 파기라며 위성정당방지법 당론 추진 등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강화하는 당규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이견도 있지만 서로 이해해 주고 함께 가면 좋겠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당원 중심의 정당’을 약속했는데 성과를 못 냈던 게 사실”이라면서 “당내 통합의 문제도 있고 당 반발도 심해서 쉽게 결정은 못했는데 분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월7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70% 비중으로 하되 비중 차이를 20대1 미만으로 한다’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그간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권리당원 6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하는 이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이에 비명계에서는 ‘개딸 팬덤 정치’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이 대표가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해 ‘사당화’ 작업에 들어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에 한 번에 모든 것을 싹 고치면 좋았겠지만, 부분적으로 타협해서 반 발짝 나간 것”이라며 “한쪽에서는 ‘20대1 미만이 뭐냐’고 하고 다른 쪽에선 ‘지금 이게 왜 급하냐’고 한다. 양쪽에서 욕을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마 내년에 가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왜 손대느냐고 할 것”이라며 “왜 지금이냐는 사실은 적절한 논거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당대회 가까이서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데 그때 규칙을 바꿀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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