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흔들? 엑스포 유치 실패 ‘1호 영업사원’ 尹에 악재 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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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해외 순방 여론 악화할 가능성…尹, 외교전 지속 의지
與, 부산 민심에 촉각…“총선 직접 영향 적을 것” 중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을 펼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활동을 펼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몰두했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끝내 좌절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예상보다 크게 밀리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그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에 대한 지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당은 실망한 부산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엑스포 유치 실패만으로 내년 총선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나자 29일 직접 브리핑에 나서 “모든 것은 제 부족”이라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해볼 만한 승부’라며 자신했던 것과 달리 결선투표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리야드에 대패(리야드, 119, 부산 29, 로마 17)하자, 대통령이 직접 술렁이는 여론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유치전에 돌입하기 전부터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벽을 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여권에선 부산 유치 실패 자체에 따른 현 정부 책임론은 그리 거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도 약 4개월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여당에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부산 일대 정가는 들썩이는 분위기다. 최근 PK(부산‧경남) 여론이 여권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엑스포 유치와 연계해 추진돼 온 지역 현안 사업들에도 차질이 생기는 만큼 민심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곧장 총 34석이 달린 PK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30일 자당 부산 지역구 의원을 소집해 엑스포 유치 불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당 당무감사위원회가 발표한 공천 배제(컷오프) 권고 명단에 PK 의원이 다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로 PK 현역 물갈이론이 더욱 거세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잦은 순방 ‘명분’ 줄어…尹 외교전 신뢰 하락 우려

야당은 혹여 부산 민심의 역풍이 일까 우려하며 발언 수위에 주의하는 모습이다. 엑스포 유치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만큼, 책임론에서 온전히 자유롭진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록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 신공항·광역 교통망 확충 등 남은 (부산의) 현안 사업들이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은 그간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 홍보’를 명분으로 내걸고 잦은 순방을 떠났던 점에 대해선 날을 세울 방침이다. 야당은 올해 윤 대통령이 정상 외교 예산으로 예비비를 포함해 총 578억원을 사용한 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때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선 “부산 엑스포 교섭 등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은 행사로 불가피하게 예비비가 늘었다”고 해명해왔다.

엑스포 유치전이 종료된 만큼 야당은 윤 대통령의 순방 이유와 빈도, 그리고 예산과 그에 따른 성과 등에 대해 더욱 첨예하게 비교‧지적할 전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비롯해 내년부터 더욱 적극적인 외교전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쌓은 외교적 자산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내년도 대통령 정상외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순방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향한 민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쉽지 않은 유치전이었는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부 책임론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부산 유치가 성공했다면 정부‧여당에 크나큰 호재로 작용했겠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나 순방 성과에 대해 앞으로 국민들이 좀 더 엄격한 시선으로 보게 될 순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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