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라이브시티 사업 정상화,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3: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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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CJ라이브시티가 보여주는 국책사업의 현실
고양시 문화사업 20년 넘게 난항만 거듭

고양시에 조성 중인 CJ라이브시티가 지난 4월부터 멈춰있다. ‘50개월’이란 길고 긴 행정 절차를 거쳐 2021년 10월 첫 삽을 떴던 공사다. 왜 중단됐을까. 이 사업이 말해 주는 국책사업의 씁쓸한 현실은 무엇일까.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한화건설
2021년 10월27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부지에서 열린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 및 비전 선포식 ⓒ연합뉴스

모두가 원했던 CJ라이브시티의 현재

11월15일 EBS 스페이스홀에서 ‘고양시와 케이팝,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2023 고양문화예술정책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음악평론가들과 전문기자, 교수,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음악도시’ 고양시 비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인천공항에서 접근성이 좋은 고양시는 공연과 축제를 열 수 있는 킨텍스와 호수공원을 갖추고 있다. 지역 출신 음악인도 많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동반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중에서도 모두가 공감한 것이 있다. CJ라이브시티가 계획대로 들어섰을 때 가져다줄 파급효과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 입장에서도 전문 공연 아레나인 CJ라이브시티는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BTS와 협업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던 ‘콜드 플레이’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공연장이 없어 한국을 패싱한 적이 있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현재, 안타까운 우리 공연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나마 거의 유일했던 잠실 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2026년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공연장을 찾거나,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고충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포스트 말론’이 서울 대신 일산 킨텍스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킨텍스는 전문 공연 아레나가 아니다. 공연 후 불만스럽다는 후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 공연장의 초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현실이니, CJ라이브시티에 음악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입된 사업비만 7000억원에 가까운 CJ라이브시티는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공정률 17%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건설 경기 침체와 자재비·인건비 상승으로 자금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공 기한 연장 이슈까지 더해졌다. 원래 완공 기한은 2020년 12월이었다. 기간 내 완공하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 벌써 1000억원을 넘겼다. 결국 CJ라이브시티는 공사를 계속하기 위해 ‘완공 기한 연장’을 요구했다. 완공 기한이 연장돼야 지체보상금 문제는 물론이고, 이 사업에 절반이 넘는 지분을 투자한 ‘AEG’ 같은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투자 역시 가능해진다.

어째서 완공 기한을 훌쩍 넘기게 된 걸까. 문제를 들여다보자. CJ라이브시티 사업은 2015년 경기도가 고양관광문화단지 내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한 공모형 건설투자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여기에 CJ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무혐의로 끝났지만, 무려 11개월 동안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데 다양한 장애요인이 겹쳤다. 세 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하천 수질 등 사업부지 환경 개선 조치로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심지어 한국전력으로부터 CJ라이브시티를 완공한다 해도 대용량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황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1년 10월27일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식 및 사업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레나 건설 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도

일련의 사태에 따른 사업 지연에 CJ 측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변수들에 긴급히 대응하는 CJ 측의 움직임에 비해, 행정 절차에 50개월을 소요한 경기도 측의 책임도 분명해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로 행정 사무조사에 11개월, 변경된 2차, 3차 사업계획 승인에 각각 14개월, 13개월이 소요됐다. 또 아레나 건축허가 승인 역시 12개월이 소요됐다. 다 늦어졌다. 애초 완공 기한인 2020년 12월을 훌쩍 지난 시점에야 비로소 공사가 시작됐다. 물론, 3차 사업계획 승인 때 완공 기한 연장이 승인되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재가동한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했다. 완공 기한 연장을 통해 사업을 지속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귀책사유가 명백히 CJ 측에 있다”며 연장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기를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지체보상금을 받지 않으면 특혜나 배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CJ라이브시티 측은 조정위에서 조정안 결정 이전에 감사원 사전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특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사업의 명운은 경기도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조정위가 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어 경기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은 어렵다.

CJ라이브시티가 현재 맞닥뜨린 상황은 그간 고양시에서 진행된 문화사업들의 난항과 좌초의 역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2001년 고양시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수도권 관광 숙박단지’로 결정되면서 이른바 ‘한류우드’ 개발사업이 추진된 바 있다. 때마침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쳤고, 2003년 《대장금》은 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아랍권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며 ‘한류 1세대’의 물길을 열었다. 《겨울연가》를 통해 촬영지인 남이섬과 춘천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한류우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버블처럼 터져버렸다.

한류우드 사업은 ‘한류월드’로 명칭이 바뀌면서 상당 부분 퇴색됐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관광 숙박단지임에도 ‘소노캄 고양’ 호텔 하나만 들어선 상황이다. 고양시의 재정 문제 때문에 대다수 지구가 주거지구로 전환돼 건설사들의 아파트로 채워지기도 했다. 2015년 경기도가 이 지역에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해 건설투자사업 공모를 하면서 꺼져가던 고양시 문화사업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 보였다. 분명 그 중심에는 CJ라이브시티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CJ라이브시티 사업의 난항을 보면 문화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정치적인 사건들과 경제적 변수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사업주체들의 비즈니스와 지자체의 입장이 팽팽한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무려 20년 넘게 난항을 거듭한 고양시 문화사업이 보여주는 ‘국책사업의 초라한 민낯’이다. 문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지역주민들은 이 복잡한 역학 속에서 소외돼온 것이다. 부탁이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CJ 측과 경기도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 지금껏 좌초되기만 했던 사업의 성공 사례를 만들길 바란다. 대의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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