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이 감옥에서 살다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낼 것”
  • 김경수 기자 (2k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5: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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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JMS 저격수’ 김도형 단국대 교수 “죗값에 비하면 檢 30년 구형도 적어”

사회적 공분이 여전히 뜨겁다. 검찰은 11월21일 여신도 성폭행 혐의를 받는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5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비롯해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명령도 청구했다.

2001~06년 여신도 4명을 성폭행 또는 추행한 죄로 10년간 갇혀 있다가 2018년 2월 풀려난 정씨는 여신도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구속돼 현재 대전교도소에 있다. 1심 판결은 12월22일 오후 2시 재판에서 나온다. 검찰 구형에 맞춰 법원 또한 중형을 선고한다면, 현재 78세인 정씨는 남은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12월4일 서울 용산 시사저널 스튜디오에서 ‘JMS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를 만나 정씨의 성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JMS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12월4일 용산에서 반JMS 운동가인 김도형 단국대 교수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의 구형을 평가하자면.

“대체로 만족한다. 12월22일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서도 같은 형량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과거 공소 사실이 10개였을 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지금은 공소 사실만 22개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도 징역 20년이다. 누범 기간에 저질러진 범죄다. 두 배까지 선고가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재판부에서 징역 40년도 선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 진행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지지부진하다. 이번 1심 판결까지 약 1년2개월이 걸렸다. 정명석 변호인 측이 7월17일 사건을 심리하는 나상훈 재판장(대전지법 형사12부)에 대해 “공판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해서다. 시기적으로 보면, 정명석 측이 증거를 조작한 게 들통난 후에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담당 판사를 바꾸려는 속셈이다. 법원은 기피신청을 기각했고, 항고 역시 기각했다. 정명석 측은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기각했다. 당연한 결과 아닌가. 검찰은 정명석 측이 진행 중인 재판을 지연하려고 일부러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고 본 것이다. 정명석을 지키기 위한 ‘시간 끌기’에 놀아난 것 같다. 정명석과 JMS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근데 재판이 길어지면 피해자들이 숨는다. 시간이 아깝다.”

추가 피해자는 없나.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많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이전과 달리 재판이 길어지면서다. 이 기간, JMS 광신도들이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유튜브 등 SNS에 유포했다. 자신들도 비슷한 피해를 볼지 걱정한다. 또 웃긴 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실체를 감춘 채 적극적으로 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주의해야 한다. 참 악랄한 집단이다.”

정명석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1995년 카이스트 졸업 직전에 악연이 시작됐다. 원래 서울에 다니던 교회가 있었다. 서울 집에 가지 않을 때, 교회에 갈 수 없었다. 대전에서 다닐 교회를 정해야 했다. 그때 룸메이트가 교회를 소개했다. 그 교회가 바로 JMS 대전 지부였다. 처음에는 일반 교회로 생각하고 다녔다. 근데 교회를 다닐수록 교리가 일반적인 교회와 달랐다. 이상했다. 영상을 통해 먼저 접한 정명석의 설교도 심한 욕설과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로 가득했다. 정명석을 신격화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후 정씨를 실제로 만나보고서야 이 단체가 사이비 종교집단임을 확신해 곧바로 탈퇴했다.”

ⓒ연합뉴스
2022년 3월1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교주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입 메이플 잉 퉁 후엔씨(오른쪽)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을 돕게 된 계기는.

“한 종교잡지에 실린 ‘JMS 여대생 신도의 성추행 폭로 수기’ 등 여러 피해 사례를 접했다. 정명석은 사이비 설교와 욕설은 둘째 치고, 성적 구원을 통해 1만 명을 하늘의 애인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자주 말했다. 즉 1만 명의 여신도를 성폭행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정명석이 ‘재림 예수(부활해 승천한 예수)’를 사칭하며 수많은 여성을 성폭행하는데, 세상은 이런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이비 성도착증 환자에 의해 수많은 여성의 꿈이 짓밟히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나서게 됐다.”

정명석의 성범죄는 언제 세상에 처음 알려졌나.

“1999년 1월 정씨에게 성착취를 당하다 탈퇴한 황양을 JMS로 돌아오게 하려고 납치한 이른바 ‘황양 납치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다. JMS를 탈퇴한 황양을 JMS 광신도들이 납치해 끌고 간 사건이다. 납치범들은 충남 금산에서 잡혔다. 이후 황양이 경찰 조사에서 정명석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나 같은 여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진술하면서 JMS 실체가 드러났다. 수사가 시작되자 정명석은 2001년 해외로 도피했다. 그러나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이듬해인 2008년 한국으로 송환됐다.”

JMS 광신도들로부터 보복폭행 및 협박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예전에 정명석 경호원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다. 1998년 2월 벌어진 일이다. 장교 출신이라는 경호원이 날 찾아와 마구 폭행했다. 대전의 한 레스토랑에서였다. 욕설을 퍼부으며 유리컵을 내 얼굴에 집어던졌다. 얼굴 등을 30바늘 정도 꿰맸다. 경찰에 신고하고, 전치 3주 진단서도 제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내 아버지에게까지 손을 댔다. 당시 습격을 받은 아버지는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요즘에는 JMS 측에서 SNS를 통해 무차별 공격한다. 내가 ‘JMS에 수십억원의 돈을 요구했다’는 등의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불쌍한 인간들이다. 사람들은 나를 잘 알기에 오히려 응원해 주고, 지지해 준다. 신경 쓰지 않는다.”

ⓒ연합뉴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의 여신도 성폭행 혐의 재판이 다섯 달 만에 열리는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 인근에서 JMS 신도들이 11월21일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험한 일을 당해도 반(反)JMS 운동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JMS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가를 찾아 유혹하고, 손을 뻗는 나쁜 자들이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있으니, 어른으로서 도저히 그냥 넘기기 힘들었다. 봐라.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가 계속 나온다. 묵인하고 넘어가기 힘들다.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했겠나. 전국의 대학을 돌며 정명석에게 여대생을 바치려는 이들의 행보를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

정명석은 다시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최근 정명석 공범들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핵심 인물인 정조은은 징역 7년, 그다음 공범은 징역 3년, 그다음 공범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그다음 공범은 징역 1년6개월 법정 구속, 그다음 공범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그다음이 징역 2년6개월 법정 구속이다.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모두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 국적, 호주 국적 피해자가 정명석에게 피해를 당할 때 방조 또는 범행을 공모한 이들이다. 정명석 재판도 자동으로 유죄가 될 것으로 본다. 아니, 꼭 형량이 크게 나와서 죗값을 아주 달게 받아야 한다.”

정명석이 없어도 JMS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라는 게 있다. 선량한 죄 없는 사람들이 JMS에 속아 더 이상 금전적으로, 신체적으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명석을 돕다가 감옥에 수감 중인 정조은 소유 벤틀리와 BMW, 캐딜락, 포르쉐 자동차를 모두 합치면 7억원이 넘는다. 정명석 형제들은 또 어떤가. JMS 목사라는 사람들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굴리고 다닌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런데도 광신도들은 길거리에 나가 정명석 무죄 탄원 서명을 받고 있다. 서류 상단에 정명석에 대한 내용은 싹 가리고, 가짜뉴스를 근절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검찰을 비난하는 영상 등을 제작해 유포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에 아직도 JMS 신자가 3만 명쯤으로 추산된다. 불쌍하다. JMS를 비롯해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한다. 의심이 필수다. 친절을 가장한 사람의 겉모습에 속아넘어가지 말고, 숨겨진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정명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명석이 형량을 높게 받아 감옥에서 살다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늘 활동하고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이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에 사법부에서도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이비 교주인 정명석을 넘어 이 단체와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부탁드린다. 정명석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아프면 감옥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음식 많이 싸들고 정명석 옥바라지를 하겠다. 처절한 삶 속에, 감옥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상처 줬던 무수한 사람들에 대해 반성하며 살길 바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다. 합당한 재판 결과가 나와 수학과 교수로서, 학업과 강의에 매진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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