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정관계 변화’부터 ‘혁신위 자체 희생’까지…사장된 ‘與 혁신안’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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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안 거론…‘디지털 정당’ ‘공천 원칙’ 논의도
일부 위원은 조기종료에 아쉬움…“정치싸움에 안건 묻혀 자괴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는 11일 조기 해산을 결정한 가운데, 그동안 혁신위에서 내부 논의됐으나 ‘사장(死藏)’ 위기에 처한 혁신안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혁신위에선 지난 42일간 활동 중 ‘건강한 당정관계’ 변화의 일환으로 ‘이원집정부제’ 제안까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회의원 특권 축소’, ‘국민의힘 디지털정당 혁신’, ‘건강한 총선 원칙 구축’, 혁신위원들의 선제적 총선 불출마 선언 등 ‘자체 희생안’도 논의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원집정부제’ 제안에 ‘의원 특권 줄이기’ 추가 논의도

시사저널이 8일 입수한 혁신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혁신위는 12차에 걸친 내부회의를 통해 각종 혁신안들을 건의하고 활발히 논의했다. 그중 하나는 ‘건강한 당정관계 변화안’이다. 대통령실과 당 간의 수평적 관계가 이뤄져야 당내 민주주의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관련해 일부 위원은 ‘이원집정부제’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 등 대외적 분야를, 총리는 국내 정치와 의회 현안에 치중하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일각에선 대통령제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논의도 함께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한 혁신위원은 시사저널에 “매번 선거마다 인물난이 반복돼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웅적 위인의 시대도 아니지 않나”라며 “특히 최근 영국의 제임스 캐머런 전 총리도 이후 외교장관으로 깜짝 복귀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는 것도 건강한 당정관계 확립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위에선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 논의도 이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용은 앞서 2호 혁신안에서 ▲국회의원 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명문화 ▲현역의원 20% 총선 공천 제외 등 일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의원 보좌진 수 감축 ▲의원 출판기념회 금지 ▲의원 소환제 도입 등도 추가 논의된 것이다. 또 ‘국회 독립 윤리기관 신설’ 제안도 나왔었다. 현행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단 판단에서다.

혁신위 일각에선 ‘건강한 총선 거버넌스 4대원칙’ 구축안도 제안됐다. 첫 번째인 ‘독립성’은 당헌 75조 3항과 76조 2항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공천관리위원회 겸직 금지’를 준수하는 내용이다. 또 공관위의 국민공천배심원단 위원장 및 위원 겸직 금지와 추천인, 피추천인 금지는 물론, 공관위 및 공천위 위원장의 당외 인사 선임도 함께 포함됐다.

두 번째 ‘투명성’ 원칙은 실시간 유튜브 중계 등을 통해 지역구 자격심사의 면접심사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 ‘공정성’ 원칙은 당헌 81조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복수의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를 삭제하도록 했다. 또 ‘건전한 토양’ 원칙은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선출할 경우 TV 또는 유튜브 토론과 정경발언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비례대표 공천’ 관련 공개토론회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특히 일부 혁신위원들은 선제적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선언 등 ‘자체 희생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에서 핵심 안건으로 내세워온 ‘당 주류 총선 불출마·험지출마’가 동력을 받기 위해선 자체 희생도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다만 해당 내용은 일부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 혁신위원은 “주류층이 먼저 결단을 내리지 않아온 상황에서 저희가 결단을 내리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 소통’ ‘민생’ 혁신안도 묻혀…“한 달의 시간 아쉬워”

‘디지털 정당 혁신안’도 제시됐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전자정당시스템으로 변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현행 사이트의 ‘UI 개편’ 및 ‘앱 개발’도 거론됐다. 일각에선 사이트 이름도 ‘국민의힘’ 대신 ‘국민의소리’, ‘국민의참여’으로 칭해 소통창구 의지를 드러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법안 발의현황, 국정감사 자료, 국민인재 공개추천 등 탭을 효율적으로 당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게시판을 수정하는 방안도 나왔다.

여기에 ‘국민 소통 채널’ 강화안도 포함됐다. 당 신문고 신설과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입법안 외에도 각종 입법안 아이디어를 국민이나 당원들로부터 수시 모집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총선 공천 시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기능(오픈 프라이머리)도 채널에 함께 포함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양한 대중의 의견을 당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다.

이외에도 ‘민생 혁신안’도 다수 혁신위에서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연시 특별 민생안전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도로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여기에 각종 민생 현안의 문제점을 지적 및 보완하는 의견도 나왔다. ▲과학기술 R&D 외 연구개발 분야의 소외감 해소 ▲시대에 맞는 사법제도 강화 ▲지역균형발전 활성화 ▲여성벤처기업 문제 해소 ▲의료계 소아과 지원책 부족 해소 등이다.

당초 예정 임기였던 크리스마스이브(24일)까지 혁신위 활동이 이어졌다면, 해당 혁신안 중 일부는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혁신위는 ‘주류 희생’ 혁신안 관련 지도부와의 갈등 후 ‘조기 해체’를 결정하면서, 기존에 나온 2~6호 안만 종합해 당 최고위원회의에 제출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관련해 일부 위원들은 그간 혁신위 활동이 ‘물거품’이 됐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시사저널에 “정말 주옥같은 묻힌 안건들이 조금만 더 알려졌어도 좋을 건데 (아쉽다)”며 “국민을 위한 안건들을 전달하기 위해 한 달의 시간을 할애했는데, 정치싸움을 하느라 들어주지 않았던 것에 (혁신위원으로서) 자괴감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혁신위원은 “인요한 위원장님이 말씀하신대로 나머지 50% 혁신은 당이 잘 이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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