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한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 소환에 모두 불응해 비판이 있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수처) 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었다”고 답했다. ‘시간끌기라는 지적이 있다’는 데 대해선 “그런 것 없다”고 말한 후 조사실로 들어갔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유 사무총장을 상대로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입수 및 특별감사 착수 과정, 감사 결과 보고서 결재·공개 과정 등에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내용을 검토하고 나서 추가 소환 여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조사 필요성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7월부터 권익위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였다. 전 전 위원장의 상습지각 등 근태 관련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관련 유권해석 부당 개입 의혹 등이 감사 대상이었다.
이어 올해 6월9일 해당 감사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 전 위원장이 직원 갑질로 징계받게 된 권익위 국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세종청사에 근무한 89일 중 83일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의 감사를 두고 전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려는 목적에서 허위 제보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그는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 제보자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관계자 A씨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감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최종 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원 사무처가 보고서를 공개했다며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20여 건의 고발이 공수처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검토한 공수처는 지난 9월6일 감사원과 권익위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증거 확보를 위해 유 사무총장의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와 10월부터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공수처가 다섯 차례 소환 통보를 했음에도 감사원 업무와 국회 국정감사 일정, 변호인의 사건 내용 파악 필요성 등을 이유로 불응하다가 이날 첫 조사를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