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나라 전체가 각자도생 싸움판”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3.12.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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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교수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 정당화 되다시피 해”
2위 ‘적반하장’, 3위 ‘남우충수’ 차지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쓴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견리망의' ⓒ연합뉴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쓴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견리망의' ⓒ연합뉴스

전국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눈 앞에 이익이 보이면 의리를 저버린다’는 뜻의 ‘견리망의’를 꼽았다.

10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응답자의 30.1%(396표)가 ‘견리망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나라를 바른 길로 이끌기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세태를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침해 등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해 씁쓸한 사기 사건도 빈번히 일어난다”며 “당장 내 아이의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들이 많이 보도된다. 아이들에게 당장 눈앞의 점수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뒤로 하도록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다른 교수들도 “사회 전반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상실되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이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촉구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25.5%(335표)를 얻은 ‘적반하장’이 차지했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이다.

이승환 고려대 동양철학과 명예교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위는 24.6%(323표)를 얻은 ‘남우충수’가 차지했다. ‘남우충수’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실력없는 사랆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20여 명의 추천위원을 통해 26개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아 내부 검토를 거쳐 상위 5개의 설문조사용 사자성어 후보를 확정,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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