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스캔들’ 강타…퇴진 위기 기시다, 아베파 ‘손절’ 결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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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자금 의혹’ 수사 확대…각료·당 요직 아베파 전원 물갈이 방침
‘지지율 고전’ 기시다 “의혹 확산 심각히 받아들여…위기감 갖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월11일 총리 관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자민당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 소속 각료들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월11일 총리 관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자민당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 소속 각료들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AFP=연합뉴스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다. 사태 일파만파 속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소속 각료와 당 간부 대거 교체를 검토하며 '손절'에 나섰다. 

11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정부 각료를 맡거나 자민당 요직에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 전원을 연내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금주 내 이들을 모두 물갈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개각 및 자민당 인사 관련 질문에 "국민 사이에서 자민당 정치 집단의 정치자금 의혹이 확산하는 점을 심각히 받아들이며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내각 지지율이 '퇴진' 임계점으로 간주되는 20%대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비자금 게이트를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정권 붕괴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하는 아베파 의원은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관저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이다. 차관급인 부대신과 정무관으로 임명된 아베파 의원은 각각 5명과 6명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의 모습 ⓒ AP=연합뉴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의 모습 ⓒ AP=연합뉴스

이들 중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각료는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 2명이지만,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에 속한 의원 전원을 정부 고위직에서 사퇴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예상대로 기시다 내각에서 15명의 아베파 소속 의원 전원이 물갈이 될 경우 파벌 구심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상원) 간사장 등 자민당 내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실세들도 경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다 총리는 이들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개각과 당 간부 조기 교체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자민당 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인사 규모와 후임 인선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파는 2018∼2022년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줬지만 이를 공식 회계 처리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파 간부를 비롯한 의원 수십 명이 1인당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파티권 판매 할당량 초과분을 돌려받아 비자금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임시국회 폐회일인 오는 13일 이후 아베파 의원 등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그동안 회계 담당자나 의원 비서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임시국회 폐회일 이후 수사가 본격화되면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과 비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수사 인력을 50명 수준으로 늘려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집중 파헤칠 방침이다.

지난해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끈 아베파는 소속 의원 99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2000년 이후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4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존속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번 의혹으로 아베파 지배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존속 위기에 놓인 아베파가 기시다 총리의 전원 물갈이 방침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며 총리에 '재고'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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