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주민 “옷 벗기고 무작위 취조”…이 “하마스 색출 과정”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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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 “참수·성폭행한 하마스 얼굴 대조”
유엔 구호단체 직원·교사 등 여전히 구금 상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속옷만 입은 채 거리에 줄지어 앉은 팔레스타인 남성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속옷만 입은 채 거리에 줄지어 앉은 팔레스타인 남성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속옷 차림으로 땅에 앉아있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거센 가운데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자신을 22세로 소개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은 최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아버지, 형제, 사촌 5명이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군에 구금됐다 심문을 받은 후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붙잡아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린 채 몇 시간 동안 거리에 앉혀놓았다고 밝혔다. 이들을 트럭에 태워 모처로 옮긴 이스라엘군은 무작위로 사람들을 골라 하마스와의 관계에 대해 심문했다고 한다. 이 남성은 자신이 끌려간 곳은 모래밭이었다며, 밤에 담요를 받긴 했지만 거의 발가벗은 채로 그곳에 남겨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다른 곳을 거쳐 오전 1시40분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으나 아버지와 사촌 형은 여전히 이스라엘군에 잡혀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아버지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일하는데 왜 아버지를 데려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루바드는 인스타그램에 형을 비롯해 친척 11명이 이스라엘군에 구금됐다는 글을 올렸다.

루바드는 BBC에 형이 끌려가기 2시간 전 영상통화를 하면서 “집과 베이트 라히야 마을 전체가 이스라엘군에 둘러싸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트럭 뒤에 탄 채 이송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서 형과 이웃들을 바로 알아봤다고 전했다. 그는 형과 다른 친척들은 석방됐지만 사촌 2명은 여전히 구금돼있다며, 이들은 각각 교사와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무고한 민간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범아랍 매체 ‘알 아라비 알 자디드’의 현지 특파원인 디아 알칼루트는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지킴 군사기지로 이송된 상태다. 회사 측은 알칼루트의 안전을 위해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군과 계속 대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이 확산하면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비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군이 하마스 대원을 색출하는 중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BBC에 “당시 자국군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배후에 있는 자를 찾아내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스라엘인을 참수하거나 성폭행한 자의 이름과 얼굴을 대조해 하마스 대원을 찾아내려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UNRWA 근무자를 구금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하마스가 UNRWA 노동조합을 통제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모든 조직에 하마스 대원들이 속해있고, 이는 누구에게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UNRWA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 줄리엣 토우마는 BBC에 “직원들을 정밀 조사와 선별 과정을 거쳐 채용한다”고 전했다. 또 직원 명부는 “이스라엘 정부와도 공유한다”며 “이 목록에 대해 이스라엘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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