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유류세’ 결정의 시간…연장하고 인하 폭 축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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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일몰 예정…정부, 연장 여부에 고심
국제유가 하락세에 휘발유·경유 9주 연속↓
종료하면 물가 0.5%포인트 상승 효과
지난 10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올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연장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인하 폭을 환원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터라 연장 조치를 이어가는 대신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말 일몰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한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에 대해 205원(25%) 인하된 리터(ℓ)당 615원을 부과하고 있다. 경유는 212원(37%) 인하된 369원이다.

지난 10월 당시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의 배경이었던 국제유가는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 주말 배럴당 76.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10월20일 배럴당 93.44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18% 넘게 떨어졌다.

국제유가 변동은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12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평균 14.7원 내린 ℓ당 1626.6원을 나타냈다. 경유도 전주보다 21.2원 하락한 1563.8원이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지난 10월 둘째 주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9주 연속 이어졌다.

 

체감 물가는 3% 이상…인하 폭 줄이는 절충안 선택?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명분은 충분하지만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탄력세율을 환원할 경우 물가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684.05원, 경유 가격은 1628.22원이었다.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적용되는 25%, 37% 세율을 환원시킬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205원, 경유는 212원 각각 오른다. 휘발유, 경유 모두 1800원대로 오르는 셈이다.

휘발유와 경유가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명확하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휘발유의 가중치(20.8/1000)와 경유 가중치(13.0/1000)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29%포인트가 된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19%포인트였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8%포인트만큼 끌어올리는 셈이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3.3%)이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고, 실생활에 밀접한 농축산물 물가 상승률이 이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유류세 인하 종료로 서민들이 체감할 인상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가는 대신 인하 폭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에도 세수 확보에 여의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오는 절충안이다.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 10월까지 9조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4000억원(4.4%) 줄어든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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