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잭팟 무산 위기?…폴란드 ‘무효’ 엄포에 긴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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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정권 탈환한 투스크 총리, 前정부서 체결된 계약 정조준
폴란드 ‘총선 후’ 체결된 韓 방산기업 수주 계약, 원점 돌아갈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열린 제2회 방산수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열린 제2회 방산수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내며 '수주 잭팟'으로 평가 받던 K-방산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8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폴란드 새 정부가 전 정부에서 이뤄진 무기 수입 계약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폴란드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폴란드 하원에서 진행된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66) 전 총리에 대한 지명안은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 10월 총선에서 야권 연합을 이끌며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투스크 전 총리는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투스크 총리는 법과정의당(PiS)가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5년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8년 만에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하게 된 투스크는 지명 확정 후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모두가 예외 없이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전 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하고,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폴란드 새 정부가 전 정부 시절 추진된 각종 정책이나 사업 번복 가능성을 재차 시사하면서 한국과 체결한 방산 계약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야권 연합의 일원인 '폴란드 2050' 소속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최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PiS 임시 정부가 서명한 합의는 무효가 될 수도 있다"며 10월15일 총선 이후 PiS는 예산을 쓰지 않고 국가 관리에만 권한을 제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신임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인물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에 정부가 서명한 계약을 겨냥하며 "분석하고 평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신임 총리와 야권연합 측은 자국 내 한국 무기체계 의존도가 높아지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비판해왔다. 특히 '총선 이후 계약'은 전 정부의 결정 권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모두 무효화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이다.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도날트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가 12월11일(현지 시각) 바르샤바 의회에서 신임 총리로 확정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다. ⓒ EPA=연합뉴스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도날트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가 12월11일(현지 시각) 바르샤바 의회에서 신임 총리로 확정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다. ⓒ EPA=연합뉴스

돌발 변수에 업계도, 시장도 '술렁'

돌발 변수를 맞닥뜨린 국내 방산 업계는 폴란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폴란드와의 기본계약에 이어 1차 계약을 맺고 납품을 시작한 국내 방산업체 중 2차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와 폴란드 총선 이후 2차 계약을 맺은 업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작년 8월에 K-9 212문, 11월에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맺었다. 이어 폴란드 총선 이후인 지난 4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152문 등 총 26억 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의 2차 방산 장비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뒤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남겨 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작년 경공격기 FA-50 48대 수출 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해 상대적으로 우려가 덜한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폴란드 수주 불발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보다 4.10% 하락한 2만6900원에 거래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개장 직후 전날 종가대비 4% 넘는 하락세를 보이다 이후 낙폭을 만회해 현재 0.23% 떨어진 12만8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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