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상온 초전도체 아냐…저항 큰 부도체”…韓 검증위, 백서 발간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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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8개 연구기관 모인 검증위…“상온 초전도체 근거 없어”
퀀텀에너지연구소 시료 제공 안 돼…자체 합성 실험 진행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김현탁 박사 제공‧유튜브 캡처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김현탁 박사 제공‧유튜브 캡처

국내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던 LK-99에 대해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검증위)가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13일 ‘LK-99 검증 백서’를 공개하고 “원 논문의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연구결과를 종합해 고려해 보면,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고, 자석을 공중부양할 정도의 마이스너(반자성) 특성을 가진 신물질이다. 그동안 초저온‧고압력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다. 상온 상압에서도 구현이 가능해질 경우,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자기부상열차, 전력 공급 등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 받은 바 있다.

백서에 따르면, 그동안 검증위에서 LK-99 관련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재현실험 연구를 한 결과, 상온 또는 저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 결과는 없었다. 검증위는 특히 “국내외 재현실험 연구에서 저항0과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대부분의 결과는 LK-99가 오히려 비저항값이 매우 큰 부도체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최초 출범 이후 LK-99의 원 개발자인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시료를 제공받아 교차 측정하고, 발표된 논문의 제작 방법을 이용한 재현실험 연구를 진행해 두 가지 검증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구소로부터 시료가 제공되지 않아 교차 측정을 통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재현실험 연구에서는 공개된 합성 방법에 따른 합성, 고유 방법을 사용한 합성, 단결정 시료의 합성 등 3가지 방법이 활용됐다. 3가지 방법에서 모두 상온이나 저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인 물체는 구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증위는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이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보편성을 갖는 사실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제3자에 의한 교차 측정과 재현 등의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검증에는 모두 8개 기관이 참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부산대학교 양자물질연구실, 성균관대학교 전자활성에너지연구실, 경희대학교 에너지소재양자물성연구실, 서울대학교 첨단복합물질상태연구단, 한양대학교 고압물리연구소, 성균관대학교 양자물질초전도 연구실,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등이다.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은 지난 7월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자신들이 LK-99로 이름 지은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8월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검증위를 출범하고 LK-99 물질 검증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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