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빨리 옮기자”던 이재명…‘산업은행 부산行’ 외면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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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찾은 이재명, ‘산은’ 언급 無…박재호 발언에 불편 기색도
與 “부산시민들 허탈·우롱당해”…박형준 “李 만날 수조차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부산을 찾아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부산 발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균형발전 관련 최대 현안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불편한 기색까지 비쳤다. 정치권에선 그가 앞서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균형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던 내용과 대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13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엑스포 실패 후에 각종 기반시설 확보 사업이 혹시 중단되지 않을까 부산시민들이 우려하는 걸로 안다. 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이어달리기를 계속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이 온전한 글로벌 공항으로 개항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북항 재개발과 광역 교통망 확충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대표와 지도부는 부산지역 최대 현안인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외면하는 분위기다. 앞서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회의 직전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법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회의장을 직접 찾아 이 대표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회의에서 관련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부산 남구을 지역구인 박재호 민주당 의원만이 회의 참석자 중 유일하게 산은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도 법안 개정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정부 여당으로 돌리는 내용이었다. 박 의원은 “정부 여당은 ‘대통령 1호 공약’이라면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고 ‘민주당이 거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총선 정쟁의 도구로 쓰고 있다”며 “총리나 정부는 대안을 가지고 이재명 대표나 우리 당을 설득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박 의원의 발언을 듣는 과정에서 불편한 기색까지 비쳤다. 이후 회의장을 떠나는 이 대표를 향해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의 건의를 듣고 ‘부산이 국제금융도시에 맞는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다”며 짧게 답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직접 공약으로 내걸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한 매체의 신년 특별대담 인터뷰에서 “지역균형은 말로 해선 안 된다”며 “공공기관 이런 배치에서 지방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기관 이전은 미룰 게 아니라 신속하게 해서 한 군데로 최대한 많이 몰아줘야 된다. 그래야 시너지가 난다. (이전을) 빨리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은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산업은행 이전 언급이 나오지 않자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산은법 개정 협조에 대한 응답을 기대했던 부산시민들은 허탈함을 넘어 엑스포 유치 실패로 우롱 당했다는 모멸감에 몸서리치고 있다”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부산 발전을 바란다면 국회 ‘2+2 협의체’에서 산은법 개정부터 협조하라”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 대표를 향해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응답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 대표를 직접 뵙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호소하고자 여러 경로를 통하거나 직접 대표실로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날 수조차 없었다”며 “부·울·경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원하는 사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산 시민들에 대한 공당의 온당한 처사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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