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마약’ 펜타닐 패치 한 명에 4800장 처방한 의사…1심 ‘징역 2년’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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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명 치사량’ 펜타닐 패치 한 명에게 처방한 혐의
1심 재판부 “의사 지위 이용해 마약 처방”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환자 말만 듣고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무분별하게 처방한 의사들이 1심에서 각각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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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정의학과 의사 신아무개(5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50여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신씨와 공범 관계인 정형외과 의사 임아무개(42)씨에게는 벌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약 8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상대로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마약 등 약물을 처방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방 횟수나 처방한 약물의 양이 매우 많아 우리 사회 내에서 약물 오·남용 위험성을 상당히 높였다고 본다”며 “이미 진료하지 않고 처방행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범행을 또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펜타닐에 중독돼 계속 처방받던 김아무개(30)씨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김씨는 신씨와 임씨 병원을 포함한 병원 16곳에서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년간 7655장의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징역 3년에 벌금 50만 원의 실형과 약 1억2000만 원의 추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서 “동종 범행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음도 반성하지 않은 채 계속 범죄를 저질렀다”며 “패치의 양을 보면 피고인 혼자 다 사용했다고 보기에 매우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신씨와 임씨는 지난 6월 함께 기소됐는데, 특히 신씨는 의료용 마약을 불법 처방한 의사가 구속기소된 첫 사례다. 이들은 “허리 디스크가 있다”,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아 왔다”는 말만 듣고 환자 한 명에게 대량의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정의학과 의사 신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허리 디스크 통증을 호소한 김씨에게 총 304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4826장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정형외과 의사 임씨도 2021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같은 환자 김씨에게 총 56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686장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신씨가 김씨에게 3년간 처방한 펜타닐 패치는 연간 처방 권고량(120장) 기준 40년 치에 달한다. 임씨가 처방한 패치는 한달 평균 100장으로, 고용량 패치 처방 권장량(3일에 1장)의 10배를 처방한 것이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0.002g에 불과하지만 패치 1매에 함유된 펜타닐은 0.0168g으로 치사량을 크게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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