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확신 송영길, ‘발부’ 자신 檢…한 쪽은 치명상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0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檢, 수사 8개월 만에 송 전 대표 구속영장 청구…치열한 공방 예상
혐의 부인 宋, 구속시 정치생명 위태, 기각되면 檢 역풍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12월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돈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경선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최종 수혜자로 송 전 대표를 지목,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양측이 각각 구속영장 '기각'과 '발부'를 확신하는 가운데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치명상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전날 정당법·정치자금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부외 선거자금과 먹사연 기부금 등을 통해 송 전 대표가 조성한 불법 정치자금 혐의액이 8억2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부외 선거자금 6000만원을 교부 받아 현역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에게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자신이 설립한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모두 7명으로부터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송 전 대표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은 인허가 관련 부정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로 판단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이정근 녹취록'서 시작된 돈봉투 의혹, 먹사연까지 확대

이번 수사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돈봉투 살포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전 사무부총장 개인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 녹취록에서 단서를 포착했고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돈봉투 살포에 깊숙이 관여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위원 등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지난 4월 본격 강제수사 착수 이후 8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는 민주당을 넘어 송 전 대표의 외곽 조직으로까지 확대됐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녹취록을 토대로 돈봉투 살포를 모의하고, 이에 관여한 핵심 관련자들로 수사망을 좁혔다. 윤관석·이성만 전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의원을 포함한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소환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강 전 상임위원과 박용수 전 보좌관, 윤 의원을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핵심 피의자들은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보좌관은 사업가 김아무개씨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부외 선거자금으로 기부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윤 전 의원 역시 검찰이 적시한 돈봉투 액수가 과장됐다면서도 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강 전 감사도 사건이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최종 책임은 송 전 대표가 져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측근들이 돈봉투 조성과 살포를 일부 인정하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체적인 논의를 벌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혐의를 부인하던 송 전 대표는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다만,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나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에 직접 개입하거나 지시한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자진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자진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檢 vs 宋' 법정서 불꽃공방 예상…기각시 '무리한 청구' 비판 불가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및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경선 당시 후보였던 자신이 캠프 관련 업무 전반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고, 돈봉투 조성이나 살포에도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증거조작, 별건수사, 온갖 협박 회유로 불법을 일삼는 정치화된 특수부 검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재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검찰에 출석한 송 전 대표는 검찰이 돈봉투 관련 혐의를 찾아내지 못하자 외곽조직인 먹사연을 겨냥해 '별건 수사'를 확대,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한 불법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구속 필요성과 유·무죄 모두 법정에서 재판부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 변호는 그의 친형인 송영천 변호사(66·사법연수원 13기)가 맡는다. 송 변호사는 1983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사법연수원 교수, 부산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세한의 대표변호사로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선거인 매수에 활용했다"며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송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사유가 충분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며 "송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해서는 촘촘하게 다 확인을 했다"며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만일 법원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다면 이재명 대표에 이어 전직 야당 대표를 표적 삼아 검찰이 무리한 구속 시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이 송 전 대표의 혐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증명해내지 못하거나,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돼 있고 측근들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점을 들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돼 영장이 발부되면 송 전 대표의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 돈봉투 살포 의혹과 먹사연 캠프비용 대납 및 뇌물 의혹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동시에 돈봉투를 수수한 야당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도 진행될 방침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