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퇴장’에 이재명도 타격?…‘혁신 주도권’ 뺏긴 野도 대혼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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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의총도 잠적하며 ‘선거제·희생’ 침묵…‘기득권’ 이미지 누적
‘박근혜 비대위 勝’ 재현 우려도…非明 “우리도 비대위로 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결정한 가운데, 여당 주류층의 지각 변동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도 파장을 미치는 분위기다.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미 여권에 ‘혁신’ 주도권을 뺏겼다면서 이 대표와 지도부에게 ‘총사퇴’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최근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기득권적 이미지’를 누적시킨 만큼,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이 대표 본인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류층은 최근 연이틀 사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친윤(親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이어, 김기현 전 대표도 13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결국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14일 당내 의견을 수렴한 후, 현 지도부 대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최근 보궐선거 참패 직후 물갈이된 2기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들도 전원 사의를 표했지만, 윤 권한대행이 비대위 출범까지 업무를 이어달라며 반려했다.

민주당 친명계 주류 인사들은 일단 ‘김앤장(김기현·장제원)’의 결단을 두고 “쇄신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숙청”이라며 축소 해석에 나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저녁 브리핑을 통해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와 김기현 대표의 사퇴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다”며 “김기현 대표의 사퇴는 용산 직할 체제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일 뿐”이라고 폄훼했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미칠 쇄신 압박 영향도 전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당의 ‘친윤 주류 용퇴’ 현실화에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혁신의 상징 격인 ‘기득권 내려놓기’를 여당에 대부분 빼앗겼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친명(親이재명)계 주류층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전무하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이탄희, 홍성국 등 양질의 의원들만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은 모른척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는 동안 이 대표는 오히려 ‘기득권적 이미지’가 누적되는 모양새다.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본인의 공약을 지키지 않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특히 그는 이날 선거제 논의가 예정됐던 국회 의원총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당 공보실과 원내대변인도 이 대표의 의총 불참석 이유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불리한 현안에 대해 침묵하기 위해 의총에 잠적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연합뉴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연합뉴스

“이재명, ‘총선 악재’ 되기 전에 기득권 내려놔야”

이에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도 ‘총선 악재’가 되기 전에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직 사퇴’나 ‘총선 험지 출마’ 등 결단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혁신 이슈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 인적 쇄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국민의힘에 선점당해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원욱 의원과 김종민·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표의 사퇴 및 통합비대위 체제로의 전환도 촉구했다. 이들은 “여당의 기득권 세력도 총선승리라는 명분 앞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며 민주당 역시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친명-비명이라는 고질병을 말끔히 치유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한 경계심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말기에 총선 승리를 자만하다 새누리당(당시 여당)의 ‘박근혜 비대위’ 출범으로 패배한 전적이 있어서다. 한 친명계 원외인사는 “여당의 비대위 전환 행보는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고 국민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너무 총선 승리를 자만하면 또 승리를 목전에서 놓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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