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격” 쓴소리에…네타냐후 “오슬로는 실수” 맞불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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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공개 비판’에 네타냐후 극우 행보 지속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월18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 마중 나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 연합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월18일(현지 시각)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 마중 나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을 겨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개 비판이 나온 후 극우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두 정상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무차별적인 폭격이 일어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거론한 것이 ‘이례적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네타냐후)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그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움직이기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공개적인 비판을 하면서 양국 간에 이견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지난 수 주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에 ‘더 강력한 민간인 보호 조치’를 촉구하며 압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며 안전 이동통로 등을 이용해 하마스로부터 민간인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가자지구 남부에서 사상자를 줄이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군(IDF) 수용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강경 행보를 고수했다.

하마스 제거 이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을 놓고도 양국은 대립각을 끌어올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포스트 하마스) 문제에 관해 계속 대립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 달성 후 팔레스타인과 각각 개별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는 가자지구 재점령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10월1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하마스와 전쟁으로 정치적 생사가 걸린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 극우세력과 밀착하고 있다.

그는 전날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이스라엘이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오슬로’는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봉기) 이후 1990년대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합의한 협정을 가리킨다. 이 협정은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협정으로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발을 산 라빈 총리는 1995년 11월 암살되고, 초강경 우파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며 협정 이행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 협정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스라엘 내 극우파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큰 지지를 보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 배경으로 그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을 짚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가 급격히 하락해, 그의 지지 기반인 극우와 더 밀착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지금 총선이 치러진다면 120석 가운데 1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지만 야당인 국가통합당은 3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마스 기습 전에 리쿠드당과 국가통합당의 지지율이 비슷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네타냐후가 바이든 행정부의 전후 계획을 반대하는 것이 그의 국내 정치 경쟁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왜 자신이 필요한지를 강조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예루살렘 소재 싱크탱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전후 문제를 자신을 정치적 무덤에서 꺼내줄 정치적 기회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리쿠드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전후 계획에 반대하는 것이 국내 정치와는 별개이며 총리의 계획을 지지한다며 “지금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최악의 타이밍이며, 그 이유는 국가 수립이 하마스의 업적이자 10월7일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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