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점 해외 마약조직 첫 적발…SNS 활용한 ‘초국가적’ 마약범죄 확산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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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조직…텔레그램 활용해 국내외 마약 판매
‘사이버 마약사범’ 경찰에 100명 입건 24명 구속

서울에 거점을 두고 동남아시아에 마약을 유통·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한국을 거점으로 해외에 마약을 팔아넘긴 외국인 마약조직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 70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국내로 몰래 들여와 전국 주택가 1300여 곳에 숨긴 뒤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마약 유통 조직이 검거됐다. 사진은 마약 유통 조직 압수물 ⓒ 일산동부경찰서 제공
8월14일 해외에서 70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국내로 몰래 들여와 전국 주택가 1300여 곳에 숨긴 뒤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마약 유통 조직이 검거됐다. 사진은 마약 유통 조직 압수물 2023.8.14 ⓒ일산동부경찰서 제공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4월부터 7개월간 집중 단속한 결과, 사이버 마약사범 100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신종마약인 메페드론을 비롯해 7종의 마약류 4.5kg과 범죄수익금 40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는 1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 마약판매 조직 총책 A(37)씨 등 4명(구속 2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에 거점을 두고 자국 내 조직원들과 공모해 해외에 마약을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를 받는다.

A씨 조직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지에서 마약을 유통하다 싱가포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강남과 이태원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신종 대마와 필로폰 등을 980회에 걸쳐 판매해 2억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또 한국계 싱가포르인 조직원을 영입해 국내에서도 마약 유통을 시도하던 중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섞은 젤리, 캔디, 전자담배 등 눈속임한 마약을 싱가포르 등지에 판매했다. 이렇게 국내에 거점을 두고 텔레그램을 활용해 해외로 마약류를 공급한 외국인 조직을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싱가포르 중앙마약청과 공조 수사를 통해 이들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전 세계 어디에든 거점을 마련하는 등 마약류 유통 방식이 초국가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마약조직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밀반입한 마약을 점조직을 통해 특정 장소에 숨겨놓는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하는 통상적 방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러시아계 마약유통 조직원 4명(구속 3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텔레그램 채팅방을 개설해 대마 농축액인 해시시, 메페드론, 스파이스 등의 신종 마약을 국내에 체류 중인 중앙아시아인에게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해시시는 약 2kg가 압수됐는데, 최근 3년간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압수량이었다.

이번 단속에는 SNS(31명), 가상자산 환전소(45명), 강남 클럽(23명)을 활용한 마약 유통사범 99명과 대마초 재배·투약사범 1명이 적발됐다. 또 마약 조직 총책 1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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