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만에 바뀐 美 금리 전망…한은 셈법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8: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둘기파’로 돌아선 美…“이르면 내년 3월 인하 가능성”
불확실성 둘러싸인 물가에 꺾일 줄 모르는 가계부채
커진 ‘피벗’ 기대감 속 금통위서 인하 시그널 내비칠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다. 동시에 ‘금리가 정점’이라 언급하며 내년 금리 인하도 시사했다. 시장에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도 시작됐다.

하지만 한은이 인하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매달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가계부채에 물가 역시 예상보다 더딘 하락세를 보여서다.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내년 하반기에 금리 수준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5월에는 내린다” 기대감 증폭

연준은 13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제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래 22개월 만의 정책 수정 움직임이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4.5~4.75%)로 전망했다. 현재 금리(5.25∼5.50%)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를 놓고 시장에선 연준이 내년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시기다. 시장은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5월을 인하 시점으로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증시 마감 무렵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확률을 78.3%로 반영했다. 내년 5월에 금리를 낮출 확률은 97.5%로 내다봤다.

이제 관심은 한국은행으로 쏠린다. 한은은 일단 추가 인상의 부담을 덜었다. 당장 한·미 금리 격차(2%포인트)에 대한 우려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금리 인하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일단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예상 경로와는 다르게 더딘 편이다. 지난 5일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큰 폭으로 단기 상승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상당 폭 둔화했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내년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추정했다. 기존 전망치에서 0.2%p 올린 수치다.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에서 내린 조정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더딘 물가 하락세에 사상 최대 가계부채…한은의 묘수는

한은은 14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국내 물가 오름세는 둔화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나,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에도 좀처럼 줄지 않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의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이다. 당국이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가계 대출은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내비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결국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은 이제 다음 한은 금통위에 쏠려 있다. 시장의 정책전환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내놓을 한은의 입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 한은 금통위는 내년 1월11일에 열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