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프다”던 ‘아내 살해’ 혐의 변호사, 119 전화 父 바꿔줬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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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의원실,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 공개
피의자 부친, 구급대원보다 먼저 현장 도착…대신 상황 설명도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12월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부싸움 도중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변호사가 범행 이후 119와 나눈 신고전화 내역이 공개됐다. 사건 현장엔 다선 국회의원 출신인 피의자의 부친이 119 구급대원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소방청이 이성만 무소속 의원실에 제출한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국내 유명 로펌 출신인 50대 변호사 A씨는 지난 3월 오후 7시49분에 119로 전화해 “여기 구급차가 급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아프다”고 신고했다.

A씨는 ‘가족 중 누가 아픈가’라는 상황 요원의 질문에 “와이프”라면서 “지금 다쳤다.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다”고 답했다.

A씨의 통화 내역엔 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아내의) 의식이 있느냐’, ‘아내분을 불러보라’는 상황요원의 질문이나 지시에도 “말을 못하는 것 같다”, “조금 들리는데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몹시 당황해했다.

결국 상황요원은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느냐. 젊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좀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전화기를 넘긴 사람은 본인의 부친 B씨였다. A씨의 부친인 B씨가 구급대원보다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해 있던 것이다. 앞서 A씨가 119보다 부친인 B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대신 전화기를 받아든 부친 B씨는 상황을 설명하며 “지금 응급처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 우선 빨리 와달라”고 강조했다.

119 구급대는 신고 접수 약 6분 후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A씨의 아내는 방 안 침대 옆에서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출동한 119 구급대 측은 구급활동보고서에 “접촉 당시 환자 무의식, 무호흡, 맥박이 없고, 바닥에 피가 흥건한 상태였으며, 목 외상, 이마 열상, 두부 출혈로 외상성 심정지로 추정된다”고 기록했다.

한편 A씨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아내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경부 압박 질식과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 측에 전달했다.

구속된 A씨는 지난 12일 검찰로 송치되면서 ‘범행 직후 아버지를 왜 불렀느냐’, ‘범행을 무마하려 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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