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주회사外 353개 회사 지배…“사익 편취 발생 여지”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2.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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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 평균 46.6%
배당 외 수익 ‘상표권 사용료’ 가장 많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 본 종로 지역의 대기업 빌딩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 본 종로 지역의 대기업 빌딩들 ⓒ시사저널 최준필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체제 외에서 지배하는 계열사 353개 중 19개는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해 사익 편취 행위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172개로 2021년 12월(168개) 집계 이후 1년9개월 만에 4개가 늘어났다. 이 기간 23개가 신설되고, 19개가 제외됐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지주회사 수는 2017년 자산총액 요건이 상향(1000억원→5000억원)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부터 다시 증가 전환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82개 중 집단 내 하나 이상의 지주회사를 보유한 집단은 42개였다. 이들 중 38개 집단은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자산 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전체 소속 회사 자산총액 합계액의 절반 이상인 '전환집단'으로 파악됐다. 이는 그룹 지배 구조를 개편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전환집단 중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은 36개였다. 이들 소속 지주회사 지분 중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은 평균 46.6%였다. 총수가 있는 전환집단의 국내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일반 대기업집단(11.0%)보다 높은 13.4%였다. 다만 격차는 2018년 7.2%포인트에서 올해 2.4%포인트로 감소했다.

전체 전환집단의 지주회사 편입률은 75.6%로 총 1563개 계열회사 중 382개는 지주 체제 외에서 있었다. 총수 있는 전환집단 가운데서는 353개 회사가 체제 외 계열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26개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해당했으며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19개였다. 총수 일가가 체제 외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간접적으로 출자한 것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사익편취 행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 사례를 보면 하림 총수 2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은 하림지주의 지분을 5.78% 보유하고 있다. 세아그룹 총수 일가 지분율 100%인 에이치피피도 지주사 세아홀딩스 지분 9.38%를 갖고 있다. 에코프로 총수 일가 회사인 이룸티앤씨는 에코프로의 지분을 5.37% 보유했다.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과 배당 외 수익의 평균 비중은 각각 44.8%, 38.2%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배당 외 수익은 상표권 사용료(1조3545억원)로 33개 대표지주회사 중 26개 지주회사가 이를 수취하고 있었다.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가 큰 집단은 LG(3622억원), SK(2743억원), CJ(1263억원), GS(1158억원), 롯데(815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상표권 사용료 합계액은 9602억원으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이 외에는 부동산 임대료(2881억원), 경영관리 및 자문 수수료(1601억원) 등의 배당 외 수입이 있었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소유지배구조 중 하나로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확대하겠다"며 "체제 외 계열사를 통한 규제 회피나 사익편취 가능성은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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