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김영록 ‘2차 공항회동’을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각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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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당사자 무안군수 빠진 양자 회동…‘진일보’ vs ‘뒷걸음질’
공동발표문 1항 독소조항…‘민간공항 2025년 이전에 무안 못가’

‘진일보냐 뒷걸음질이냐’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30년 독배(毒盃)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일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이른바 ‘공항회동’을 했다. 지난 5월 첫 만남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김 지사의 ‘양자 회동’ 제안에 강 시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양 시·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 50분부터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에 들어가 2시간 넘는 긴 논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17일 오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도지사 회담’에서 상호 합의한 공동발표문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17일 오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도지사 회담’에서 상호 합의한 공동발표문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30년 독배’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변곡점되나 

이번 회동을 바라보는 지역사회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광주 민간·군공항 무안 통합 이전’에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합의’를 이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반면에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일부 독소조항 때문에 2018년 협약 당시보다 오히려 뒷걸음쳤다는 시각도 있다. 전남도와 강 시장이 간절히 원하던 3자 회동이 무안군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도 옥에 티였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만남이 중요한 당사자인 무안군이 빠진 상태에서 두 공항의 실질적인 이전 성사로 이어지느냐 여부다. 

이날 회동에서 강 시장과 김 지사는 그간 신경전을 벌여왔던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이라는 큰 그림에 조건부 합의했다. 공동 발표문의 핵심은 크게 ‘민간공항 이전 시기’와 ‘민간·군공항 무안 통합 이전 공조’로 볼 수 있다. 합의문에는 ‘군 공항 이전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면 시·도가 협의해 광주 민간공항을 오는 2025년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개통 시기에 맞춰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무안군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3가지 안도 포함했다. 시·도는 합의문을 통해 광주시는 이전주변지역 주민 지원사업비를 담보하기 위해 지원 기금 선 적립 방안을, 전남도는 3조원 규모의 무안군 발전을 위해 ‘무안 미래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했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밖에 시·도 공동 무안군 설득과 시·도, 국방부 등 공동 참여하는 ‘소음피해 대책 마련 토론회’ 개최한다. 이번 합의문을 통해 군공항 반대를 고수해온 무안군의 민심을 돌려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17일 오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도지사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17일 오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도지사 회담’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단서조항 불구 ‘민간공항 이전 시기’ 특정…진전된 ‘해법(解法)’

일단 양 지자체의 대체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비록 ‘군공항 이전 문제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선결조건이 붙었지만 그동안 시도가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며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민간공항 이전문제를 풀어낼 진전된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또 합의문에 민감한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번 만남을 통해 공동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양 시·도의 이번 합의문은 지난 5월 1차 회동에서 과거 휴지조각이 된 2018년 합의문과는 진일보했다는 자평이다.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항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고 양 시도 간에 조성된 긴장을 줄이는 사실상의 ‘패키지 이전 선언’이란 얘기다. 특히 지난 2021년 이용섭 전 광주시장의 ‘광주 민간공항 무안 이전 합의 무효화 선언’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문제와 관련해 보다 진전된 합의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1전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1전비

공동발표문 1항이 발목…담보없는 ‘정치적 이벤트’

반면 ‘진전된 합의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반론도 따른다. 군 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의 실질적 진전을 담보하지 않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이다. ‘군공항 이전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면 시·도가 협의해 광주 민간공항을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개통 시기에 맞춰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는 공동 발표문 1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우선 광주 민간공항 이전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된 전반부의 ‘군공항 이전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면’이라는 표현은 해석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의미 있는 진전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무안지역을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이 실패할 경우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은 불발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오히려 2018년 협약 당시보다 후퇴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민선 7기 시절인 지난 2018년 8월 20일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 등 3자가 서명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서’에는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두 단체장의 모호한 태도 또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강 시장은 “의미 있는 진전에 대해 지금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진전 있을 때 논의하면 될 것”이라며 “의미 있는 진전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뒤로 미뤘다. 김영록 지사도 “시·도민 의사 들어 협의하겠다. 폭 넓게 해석해 달라”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놨다.

공동 발표문은 1항의 후반부에서 언급한 ‘민간공항 이전 시기’도 문제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시기를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개통 시기에 맞춰 이전한다’고 사실상 2025년으로 특정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설령 양 시도 간 군 공항 이전에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룬다 해도 2025년 이전에는 무안 이전은 불가능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다행히 총 7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진행 중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무안공항 경유 노선의 경우 빠르면 2025년 말, 늦어도 2026년 개통이 예상된다. 자칫 공정이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민선 8기 시도지사 임기 내 민간공항 이전은 물 건너가게 된다. 일부에서 나오는 시도지사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안군의회, 광주 군공항 이전 결사 반대 ⓒ무안군의회
무안군의회, 광주 군공항 이전 결사 반대 ⓒ무안군의회

관건은 무안군·군민 설득작업

양 시도지사의 공항 회동은 엇갈린 반응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군공항과 민간공항 무안 패키지 이전에 물꼬를 텄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광주 공항 이전프로세스의 큰 고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공은 여전히 광주시와 전남도의 품에 있다. 양 시도가 무안군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관건이다. 

무안 민심은 군공항 이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보여줬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3일 올해 마지막으로 무안군에서 도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이날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무안군수와의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군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만남은 불발됐다. 김 지사는 무안에서 군공항의 ‘ㄱ’자도 못 꺼냈다. 

강기정과 김영록 시도지사의 혁신도시 회동이 꽉 막힌 군과 민간 공항 이전에 변곡점이 될지, 한걸음 나아가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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