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펜싱팀 감독 '선수수당 갈취' 의혹…"지위 남용해 선수들 대리운전 강요"
  • 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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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ㆍ코치, 선수 전지훈련·출전비 '쌈짓돈' 사용 의혹
일부 선수들 "순종 안하면 재계약 해주지 않을것 같아"
화성시, "내부 규정 따라 조치할 것" 일축

경기 화성시청 직장운동경기부 펜싱팀 감독이 선수들의 전지훈련비, 출전비 등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우수선수들에게 지급한 선수영입수당 등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독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에게 대리운전을 강요하는 등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시청 펜싱팀 양 아무개 감독은 2000년대 초반 경기도펜싱협회 전무이사를 시작으로 현재 부회장,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감독 정년이었으나 '임용기간 연장' 조항을 추가한 조례안 변경을 통해 올해 1년 임기 연장에 이어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했다.

경기 화성시청 펜싱팀 감독이 전지훈련비와 선수영입수당 등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성펜싱경기장 전경 ⓒ안은혜 기자
경기 화성시청 펜싱팀 감독이 전지훈련비와 선수영입수당 등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성펜싱경기장 전경 ⓒ안은혜 기자

국내 유일 3개 세부 종목(에뻬, 사브르, 플러뢰)을 창단한 화성시청 펜싱팀은 양 감독을 포함, 코치 4명, 선수 20명 등 총 25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성시청 펜싱팀은 매년 우수선수 선발과 기존 선수를 재계약할 경우 우수선수영입비로 1000만원 가량을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우수선수와 선수영입비 중 일부는 '감독 쌈짓돈'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선수에게 지급된 일부 수당이 양 감독과 송 아무개 코치의 쌈짓돈으로 이용돼 왔던 것. 올해도 화성시청 펜싱팀 선수들은 우수선수영입비 수당에서 200만원씩 각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시청 소속 펜싱팀 아무개 선수는 "돈이 없어서 100만원만 입금한 적이 있는데 (양 감독이) '200만원씩 내던 화성시청 펜싱팀의 오랜 전통을 깨고 왜 너 마음대로 100만원만 내냐'고 압박을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13명에게 지급된 전지훈련비 약 1000만원 중 600만원 가량을 송 코치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지훈련에 참여한 A선수는 "전지훈련에서 쌀, 라면 등의 식재료를 선수들이 직접 가져와 해먹었다"며 "심지어 감독을 응대하면서 술값도 사비로 냈다"라고 했다. 

화성시청 펜싱팀 감독, 코치 등의 금품수수 의혹이 드러나지 않았던데는 선수 생명을 좌우지 할 수 있는 사실상 '채용 권력'을 쥐고 있어서다. 화성시청 조례에 따르면 우수선수 선발은 공개채용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감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양 감독과 송 코치가 직위를 이용해 선수들을 술자리에 불러 대리운전을 시킨 정황도 확인됐다. 

전 화성시 펜싱팀 소속 B선수는 "회식이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경조사에도 대리운전은 기본이다. 순종하지 않으면 때리고 권력을 이용해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많다"고 주장했다.

전 화성시 펜싱팀 선수였던 C씨 역시 "술을 마시지 않는 저와 동료 선수는 월 1~2회 대리운전을 해야 했다. 입사 후 면허를 땄는데 바로 (대리운전에) 투입됐다"며 "당시에는 당연시 느껴졌지만 돌이켜보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송 코치는 화성시청 체육진흥과 주무관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감독을 도와 선수 훈련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송 코치는 펜싱팀 회계업무를 담당하며 예산을 횡령하고, 금품수수 등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도 있다. 

화성시는 수차례 민원을 받고도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  

화성시 체육진흥과 담당자는 "선수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지만 (해당 선수가) 잘보이고 싶어서 통장에 입금했다더라"며 "(양 감독과 송 코치에게)반납조치 하도록 했으며, 앞으로 이런 경우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일축했다. 

양 감독은 이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대리운전 시킨 사실이 없다. 팀이 대회에 나가면 선수들에게 지급된 출전비는 선수들이 알아서 사용했지 내가 쓴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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