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무급휴가’ 속출하는 中…“올 겨울 고비”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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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부동산 침체·수출 부진 여파로 중소기업 위기”
중국 산둥성의 제조공장 ⓒAFP=연합뉴스
중국 산둥성의 제조공장 ⓒAFP=연합뉴스

부동산 침체와 수출 부진 여파에 중국 내 민간 중소기업이 생산 중단과 무급 휴가를 확대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하는 도시 실업률이 지난 석 달간 5%대를 유지하며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다수의 민간 중소기업이 무급 휴가나 급여 삭감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향후 잠재적 실업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SCMP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포산시 알루미늄 제조사 골든월드혁신알루미늄은 직원들 대상 급여 삭감과 함께 5개월간 강제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퉁아무개씨(50)는 회사로부터 내년 4월 전까지 포산시 노동법이 보장한 최저 임금 1900위안(약 35만원)의 80%만 받게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평소 임금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인근 광시성 출신 이주 노동자로 이 회사에서 일한 지 약 10년이 된 퉁씨는 지난 9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 퉁씨는 “중국 부동산 활황기에는 회사에 주문이 밀려들었다”며 “40대 숙련 노동자들은 주당 60시간 일하면서 7000위안(약 128만원)의 월급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이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산업이었을 때는 알루미늄 제품이 어디서나 필요했고 세계 전역으로 수출됐다”며 “그러나 올해는 부동산 위기가 압도한 것 같다. 현재 회사는 주문 급감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고 점점 더 적은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포산시 정부는 “국내외 경제 역풍으로 제조산업 운영에 큰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 시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간 분야는 중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한 후에도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올해 1~11월 중국 민간 분야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0.5% 감소했다. 반면 국영 기업 분야의 고정자산 투자는 같은 기간 6.5% 늘었다.

이에 중국 당국이 민간 분야 활성화에 대한 온갖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 간 차별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허난성의 야신철강그룹은 내년 2월 춘제(春節·설) 이후까지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고 이 회사의 한 직원이 SCMP에 전했다.

광둥성에서 작은 파일링 공사 회사를 운영하는 레이먼드 정 대표는 지난 6월부터 직원 대부분이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자금망이 무너졌고 많은 회사가 위아래로 지불 문제에 직면했다”고 자금 조달 문제로 건설 프로젝트 품질이 낮아질 것을 경고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8월 홍콩에 본사가 위치한 전자제품 업체 시마텔렉스는 광둥성 선전에 있는 공장을 38년 만에 문 닫았고, 플라스틱 제조사인 선리와 포워드, 굿프린팅도 선전 공장을 운영 중단하면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프로모션 매니저 량루씨는 이달 초 광둥성 둥관 신발 제조사 3곳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세 곳 모두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이들 공장이 생산을 멈추면서 인근 식당, 호텔 등의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SCMP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2008년부터 일자리 변화를 추적하며 분기별로 자료를 공개해왔지만 생산 중단이나 무급 휴직 등 전반적 상황을 평가할 통계는 없다고 전했다.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많은 중소기업이 올 겨울을 버티지 못할 수 있다”며 “당국은 경제 상황의 심각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원책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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