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잃었고, 다 내려놨다” 울먹이며 선처 호소한 정경심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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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피고인 신문…“子 극단 선택 막는 데 주력, 조국 관련 없어”
美 담당 교수 “학문적 부정행위 경미…형사 범죄 구성하지 않아”
자녀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 출석을 위해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녀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 출석을 위해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019년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재판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응했다. 정 전 교수는 검찰이 기소한 입시비리 관련 행위는 모두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아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조 전 장관은 해당 행위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김진하·이인수) 심리로 전날 열린 2심 결심 공판에서 정 전 교수는 “이런 일을 왜 해서 재판을 받고 가족을 고생시키는지 후회도 많이 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뭔가를 회복시키려고 한다기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해 보려 피고인 신문을 자청했다”며 “우리 가족은 다 잃었고 다 내려놨다”고 토로했다.

정 전 교수는 학교폭력을 당한 아들 조원씨를 동양대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뒤 격려 차원에서 수료증과 상장,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발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극단 선택을 안 하도록 막는 것과 미국 대학 진학을 돕는 두 가지를 고민했다”며 “내가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자라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공부를 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이 극단 선택을 하면 어떡하나, 살리는 데 주력하며 24시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 “수형 생활 중 깨달은 게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만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조원씨의 출결 상황을 허위로 인정한 것과 관련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전 교수는 “아이가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했고 아들이 꿇어도(유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출석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정 전 교수는 주요 혐의에 조 전 장관은 연루돼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조원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두고서는 “아들을 아빠 연구실 한쪽 구석에 앉히면 잡생각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인턴십 결과물도 있었다”면서 “내가 담당 교수에게 발급 요청을 해 직접 받아왔으며 남편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이 조원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경위에 대해서는 “남편은 (아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내가 화를 냈다”며 “다른 애들은 다 그렇게(도와주면서) 하는데 원이(조원씨)만 못해서 힘들다고 하니 당신도 좀 도와달라,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것도 못 하느냐고 했다”고 거듭 조 전 장관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끝으로 정 전 교수는 “일거수일투족 아들 스케줄을 챙기는 마녀 같은 엄마였다”면서 “3년2개월 독방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며 인생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입시비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전 장관 측은 조원씨의 담당 교수인 조지워싱턴대 맥도날드 교수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서를 공개했다. 맥도날드 교수 측은 “조원의 경우 학문적인 부정행위가 경미해 대학에 보고하지 않고 학생과 직접 협의했을 것”이라면서 “형사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 전 교수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또 조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1심과 동일하게 징역 5년과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하고 600만원 추징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은 내년 2월8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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