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본계약…하림, HMM 품을 수 있을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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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입찰가 앞서
자금력, 영구채 전환 등 난관 산적…우려 불식시켜야
본계약 체결, 내년 상반기로…협상 장기화 예상?
하림지주 익산 본사 신사옥 ⓒ하림지주 제공
하림지주 익산 본사 신사옥 ⓒ하림지주 제공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경영권 인수에 한걸음 다가섰다. 지난 18일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본계약이 남은 가운데 협상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본입찰 과정에서부터 하림 측이 금융 부담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하림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양측의 줄다리기가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HMM-팬오션,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8일 HMM 경영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JKL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림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약 6조4000억원의 인수가를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은 본입찰에 함께 참여한 동원보다 2000억원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업계에서는 본계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하림의 자금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림이 써낸 인수가 6조4000억원은 하림의 현금 보유액 10조원의 60%가 넘는다. 그룹 곳간의 상당 부분을 지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하림은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아울러 팬오션을 통해 3조원 가량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2조원 가량 인수금융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구채 전환 시점도 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하림은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 △인수 후 5년간 주주 변동 제한에서 JKL파트너스 제외 등 매각 주체 측에 조건 수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의 난색 속에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지자 하림은 요구 사항을 철회했다. 그러나 본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HMM 컨테이너 ⓒHMM 제공
HMM 컨테이너 ⓒHMM 제공

산은 등 매각 주체가 이번 본계약 체결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제시한 점도 협상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간 산은은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목표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 HMM 노조는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사측에 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권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HMM 매각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우선협상자 선정은 관련법에 근거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관이 되면 주도면밀하게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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