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급속 확산…당국 ‘쉬쉬’”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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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거점 쓰촨 20~30% 감염”…경제 부정적 영향 우려 미공개 관측
중국 양돈농가 사육 돼지들 ⓒ연합뉴스
중국 양돈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 ⓒ연합뉴스

중국에서 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고 있지만 경제에 미칠 파급을 우려해 당국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0일 대만 중앙통신사는 지난 4월부터 중국 북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시작해 점차 중부와 남부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양돈 거점인 쓰촨성의 목축업협회는 최근 양돈농가에 주의를 당부하며 “북방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상황이 심각하며, 허난성·산둥성·허베이성 등으로 번지고 있으며 화동·서남·화남 지방에서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돼지열병이 확산하면 양돈산업 전반에 엄청난 손실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2월 말까지 몸무게 30㎏을 초과하는 외지 돼지의 쓰촨성 반입을 금지하고,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돈업자들도 “쓰촨성 내 사육 돼지 가운데 이미 20~30%가 감염됐다”며 “현재 확산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신종 변이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해 초기에 감별하기 어렵고, 전염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며 이미 전염이 확산한 이후에서야 감염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쓰촨성 목축업협회는 “당국에도 보고했으나 아직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대만 농업부 수의연구소도 지난 18일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의 돼지고기 육제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바이러스는 2018년부터 유행한 제2유전자형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변이인 신형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 등 두 종류다.

덩밍중 수의연구소장은 “이들 바이러스는 작년 중국에서 발견된 이후 장쑤성과 허난성, 네이멍구 등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고도의 전파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농업농촌부 목축수의국의 ‘전염병 발표’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중앙통신사는 보도했다.

지난 5월26일부터 매달 발표하는 ‘전국 주요 동물 질병 통계’에도 제2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된 일반 돼지열병 발병 사례만 공개될 뿐, 제1종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례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대해 쉬쉬하는 이유는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전반의 불황으로 소비가 부진해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한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까지 불거지면 양돈산업을 비롯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을 받는 중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지난 16일 돼지열병의 여파로 양돈농가들이 암퇘지 도축량을 늘리면서 올해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49주 차(11월27일~12월3일) 암퇘지 평균 가격은 kg당 8.92위안(약 1628원)으로, 동기 기준 최근 3년간 최저치다.

돼지에만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치사율 100%로 치명적이지만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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