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우리에게 대항하는 나라 선박 공격” 위협
예멘 후티 반군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가 출범했다.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해 온 후티 반군은 수위를 더 올리겠다며 맞불을 놨고, 반군 배후에 있는 이란도 거세게 반발하며 미국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현지 시각) 미국 주도 다국적 해군연합체인 연합해군사령부(CMF) 본부가 있는 바레인을 방문했다. 전날 홍해 안보에 중점을 둔 다국적 안보 구상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을 발표한 데 이은 행보다.
번영의 수호자 작전은 한국과 일본 등 39개국이 참여하는 CMF 예하 함대 일부를 홍해에 투입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민간선박을 지키는 것이 골자다. 이미 미국과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 여러 국가는 동참을 약속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바레인에서 40여개국이 참여하는 장관급 화상회의를 열고 다른 국가들도 홍해 남부와 예멘과 가까운 아덴만에서 진행될 합동 순찰 등에 힘을 보태라고 촉구했다. 그는 “후티의 공격은 심각한 국제적 문제로 확고한 국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이면서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돼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는 통로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담당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인 이 항로가 마비되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를 이용해야하기에 물류비용이 급등하게 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단행됐던 양적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고물가에 시달리던 미국과 유럽 각국은 이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자국 해군 구축함 다이아몬드호가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고 이날 밝혔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후티 반군의) 불법적 공격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인 동시에 역내 안보를 저해하고 유가 상승을 위협하고 있다”며 영국 국방부는 이미 “다이아몬드호와 미국 구축함 3척, 프랑스 군함 한 척을 홍해 남부 해역에 배치해 공해상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 보장을 위한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CMF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여러 중동 국가가 속해 있지만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협력 의사를 밝힌 나라는 바레인 한 곳뿐이다.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에 대한 아랍계 주민의 분노가 거센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행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길 원치 않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연간 94억 달러(약 12조200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이집트조차 전날 수에즈운하관리청 명의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을 뿐 침묵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본부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대다수 아랍 국가에는 정말로 불편하고 어색한 시기”라면서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파괴와 인정사정없는 전술을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후티 반군은 “우리에게 대항하는 나라의 선박은 홍해에서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며 물러설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와 후티 반군을 비롯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지원해 온 이란 또한 홍해 다국적 함대 창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고문인 알리 샴카니는 성명을 내고 “홍해 다국적 함대에 참여하는 것은 시온주의 국가(이스라엘)의 범죄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14일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홍해를 지나는 선박 최소 10여 척을 공격·위협했다. 이에 글로벌 대형 해운회사들은 15일 덴마크의 머스크를 시작으로 잇따라 소속 선박의 홍해 운항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