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유도경비’ 도입해 사고 예방 넘어 국민 안전 확보해야
  • 이재민 중원대 경호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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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는 교통유도경비원…미·일은 시공사 평가기준에 포함
법제화 통해 자격 부여해야…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비용도 절감

현대의 위험은 사회 환경의 영향을 받아 인간이 만들어 낸 생산된 위험이며 이의 원인은 조직화되고 공동으로 야기된 무책임이다. 사회적 재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위험원은 산업재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월부터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시행하게 되었지만, 같은 해 건설재해로 사망한 사람이 402명에 이르고 있다.

각종 사고 등의 위험성이 높은 공사현장, 도로를 점유하는 대형 행사장 및 옥외집회 현장의 사고 예방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은 경비업법에서 말하는 시설경비 업무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현장과 연결된 도로 등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원활하고 안전한 통행을 확보하기 위해 교통유도경비원이 계획적으로 타인에게 협력을 구함으로써 교통사고 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른바 ‘교통유도경비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는 교통유도원으로 인해 국민들이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통안전지도사가 정문을 나서는 초등학생을 도로 가장자리로 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통안전지도사가 정문을 나서는 초등학생을 도로 가장자리로 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교통유도경비를 교통소통, 수신호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교통유도경비원의 평가를 통해 시공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등 공사 전반에 있어서 안전성을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고 예방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는 기능을 넘어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공사현장과 행사장에는 대부분 교통안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신호 권한은 도로교통법에 의해 일부 공무원들에게 부여돼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심각한 위험원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다중 밀집상황, 건설 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을 경우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건강·자유 및 재산권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안전에 대한 국가의 의무 이행은 국가 존립의 정당성이자 헌법이 예정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실현의 영역이면서 국가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헌법국가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교통유도경비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교통유도경비 업무의 법제화 및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업무는 자격을 갖춘 시설 및 사업자에게만 인정돼야 할 것이다. 고의 과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도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교통유도업무자의 자격에 대해서는 국가에 의한 일정한 이론 및 실기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공신력 확보를 위한 자격시험을 통해 그 능력을 검증하고, 철저한 현장 실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통유도경비 제도의 도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론 위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국가의 본질적 목적 달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민 중원대학교 경호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재난안전경영협회 부회장)
이재민 중원대학교 경호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재난안전경영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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