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재벌 3세 이승환씨의 “잘할 수 있는 것 골라 하기”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2 09:05
  • 호수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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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의 외손자 이승환씨(35)가 유튜브에 등장해 화제다. ‘우리나라 2위 대기업, 재벌 3세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휴먼스토리에 출연했는데 방송 하루 만에 190만이던 조회 수는 닷새가 지나 이 글을 쓰는 12월20일 현재 330만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이로운 기록이다. 이승환씨는 최태원 SK 회장의 5촌 조카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하고 싶은 것 막무가내로 하다 말아먹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내버려두면서 군더더기 없는 질문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휴먼스토리 진행자의 노련함과 속도감 있는 편집 기술이 돋보였다. 그러나 조회 수 100만을 넘기는 유튜브가 대체로 그렇듯 주인공의 내면과 체험에 대중이 공감할 만한 설득력이 없거나 표현된 언어에 진심이 묻어나지 않았다면 이처럼 폭발적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승환씨는 서른 전까지 외국인학교, 미국 유학, 혈연관계에 있는 대기업 근무 등 재벌집 막내아들의 전형적인 성장 경로를 밟았다. 그러다 “2017년쯤 삼촌이랑 싸워서, 정확히는 삼촌한테 혼나서…회사에 소속되고 고인 물이 되면 다른 것을 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SK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곤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막무가내로 하다 말아먹고는 자선 전문회사 ‘돌고(DOLGO)’를 창업했다.

그는 “대부분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때문이더라. 그래서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돌고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승환씨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도네이션 사업을 고른 까닭은 ①금전적 욕심이 별로 없고 ②기부 사업은 경쟁자가 많지 않아 글로벌 톱10에 오르기 쉬울 것 같고 ③있는 그대로 투명한 걸 좋아하는 기질 때문이다. 실제로 그에게 1억원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같은 또래 사업가는 “이승환씨가 부자라 돈을 이상하게 쓰지 않을 거고, 돌고 홈페이지를 통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쓰인 곳이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돌고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2월20일 현재 “기부금액: 5억2788만원, 기부자 수: 5550명, 사업 수: 90개”라는 식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실시간 데이터가 떠있다. 사용처로 ‘아동/청소년’ ‘여성’ ‘어르신’ ‘동물’ ‘장애인’ 등 5대 분야에서 세분된 지원 대상들이 나열돼 있는데 각각 얼마어치에 해당하는 물품들이 나눠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수치가 적혀 있다.

 

송구영신, ‘착한 사마리아인’ 다짐하기 좋은 계절

여느 다른 자선단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돌고의 특징은 기부자가 신용카드로 1000원에서 300만원까지 도네이션을 하면 카드 수수료나 인건비 등을 위한 운영 수수료를 일절 떼지 않는 점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당장은 회사 적자가 나서 이승환씨가 사실상 사재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자선 물품을 도맷값으로 싼값에 대량 구매함으로써 소매가격과의 격차만큼 회사 수익이 창출된다는 게 이승환씨의 계산법이다.

유튜브에서 이승환씨가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생각이나 이론만으론 나올 수 없는 단련된 언어가 많다. 성실한 실패와 내적 성찰이 결합된 표현들은 감동을 준다.

회사명 돌고의 유래가 된 “마음이 돌아야 행복이 돈다”는 말은 행복의 원천이 물질의 많음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에 달렸다는 깨달음의 표현일 것이다. “금수저가 꿈이라면 다시 태어날 수밖에…” “행복은 내가 좌우해야 하고 그러려면 나의 행복을 잘 이해해야 한다” “감사할 줄 모르면 감사받을 자격 없다” “건강하기 때문에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려고 운동하는 것이다”는 말들도 있다. 송구영신의 계절, 2024년을 맞는 크리스마스의 길목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다짐하기 좋은 때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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