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란…MB때 제도 두고 설왕설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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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로 변경…서울에서 첫 사례
대구 등은 이미 ‘평일 전환’…‘긍정적’ 분석에 소상공인 단체 반박
“이커머스 활성화로 제도적 취지 무색…규제 완화해야” 목소리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한다. 보통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의무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서초구가 처음으로 내달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겠다고 밝히면서 ‘전환의 움직임’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의무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연합뉴스

새벽 영업 제한·월2회 휴무 규정은 왜?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유통산업 발전법’에 따른 두 가지 규제가 대형마트에 적용돼왔다. ‘새벽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금지 제한’과 ‘매달 이틀간 의무휴업’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어, 대형마트는 새벽과 매달 두 번의 일요일에는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일요일에 장보기가 어려워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쇼핑의 지형도가 변화하면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과거에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을 고려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오프라인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지금은 과거와 같은 규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휴업의 반사 효과를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이 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서울신용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인근 상권 온라인 유통업의 일요일 매출액은 대형마트가 영업한 일요일에 비해 13.3% 늘었다.

마트 주변 생활밀접 업종의 매출액은 대형마트가 영업한 일요일의 매출액보다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용재단은 소비자들이 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 등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정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18일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다고 18일 밝혔다. ⓒ서초구 제공

법적으로 ‘평일’로 지정 가능…대구시 등 이미 휴업일 변경

10년 넘게 지속된 규제에 대해 정부는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적으로 매달 이틀 휴업해야 하고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해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에는 기초지자체장이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움직임이 일자 대구시는 지난 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꿨다. 이어 충북 청주, 경기 고양, 김포, 구리 등도 평일로 휴업일을 변경했다.

그러나 근무 여건 등을 이유로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반발이 나오는 데다, 대형마트에 입점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도한 대구시는 지난 9월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요 소매업종 및 음식점 매출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구시가 근거로 활용한 빅데이터는 코로나 이후 늘어난 보복성 소비 지출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 있다. ⓒ연합뉴스
증권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할 경우 대형마트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서 움직임…증권가 “규제 완화시 매출 크게 늘 것”

서울에서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이어져왔다. 지난 9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연구원의 ‘소비형태 변화 연구’ 자료를 토대로 제도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주장한 바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가 최초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다.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서초구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 혹은 수요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본격적인 불이 붙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부산시와 대전시,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과 관련해 지역 상권의 매출 현황을 요청하거나, 변경 절차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부산시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의무휴업일 규제는 필요 없다(64.2%)’, ‘규제가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62.7%)’는 결과를 받아든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시와 16개 구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나 평일 전환과 관련한 건의서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더 큰 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현재 변화를 추진 중인 지자체들도 평일 전환 움직임에 무게 추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의무휴업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마트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증권가는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될 경우, 이마트가 연 3800억원이 넘는 매출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든 대형마트 점포에 평일 의무휴업이 적용된다면 산업 전체의 기존점 성장률은 약 3%포인트(p)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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