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완화 후폭풍…野 “시행령 통치” 강력 반발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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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대상 대주주 기준 10억원→50억원으로
野 “건전재정 외치면서 감세 추진하는 표리부동한 행태”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한다. 부자 감세 및 세수 감소 논란은 식지 않은 가운데, 야당에선 “시행령 통치”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국무회의서 의결한 뒤 내년 1월1일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시행령에 대한 개정은 별도의 국회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기재부는 지분율과 과세표준은 유지하고 종목당 보유 금액 기준만 5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종목당 10억원 이상 또는 특정 종목당 일정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보유한 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다. 

양도세 과세 대상자인 대주주는 전년 말에 결정된다. 올해는 마지막 매매일인 이달 28일 장 마감 후 개정될 시행 기준에 해당하는 투자자가 내년도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올해 장 마감일인 이달 28일 종가 기준 주식을 50억원 미만 보유한 사람이라면 내년 1월1일 주식 양도분부터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말 과세대상 지정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주식을 매각하는 일이 줄어들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아 ‘개미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보는 상황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양도세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기재부 측은 “이번 조치는 고금리 환경 지속,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과세대상 기준회피를 위한 연말 주식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일방적 시행령 개정에 반발 잇따라…野 “표리부동 감세”

정부 발표에 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합의를 어기고 시행령 개정으로 법률을 회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주식 양도세 부과 폐지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지자 여야는 합의를 통해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도입을 2025년까지 유예하고 대주주 기준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세수 감소 우려에도 기재부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 조치가 있을 때마다 개인의 순매수가 있었고, 또 그렇지 않았던 해에는 많이 매도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해 볼 때 양도세 세수가 적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대부분 종목당 보유 금액 혹은 지분율 기준 그 이상을 갖고 있는 이들이 훨씬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라서 세수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귀속분을 기준으로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자는 7045명이다. 이들이 낸 양도세는 약 2조1000억원이다. 주식 투자 인구가 1400만 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양도세 부과 대상은 전체의 0.05% 규모다. 

야당은 곧장 반대 입장을 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면적으로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감세를 추진하는 표리부동한 행태”라며 “역대급 세수 감소를 자초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예정된 최상목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심의도 취소했다.

한편 코스피는 양도세 완화 발표라는 호재에도 2600선에 마감하며 6거래일만에 하락 전환했다. 양도세 완화가 확정되며 개인 순매수 유입은 확대됐지만 미국 증시가 차익실현 매도물량을 출회하면서 국내 증시도 동조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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