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르면 내년 3월 금리 인하”…美 경기 전망은 엇갈려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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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B 10곳, 늦어도 상반기 중엔 금리 인하 시작 예측…“대선 영향”
IB 절반 “경기 침체 온다”…인플레이션 상황 따라 인하 폭도 달라질 듯
미국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의 월스트리트 이정표.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의 월스트리트 이정표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종료를 시사한 가운데,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들은 늦어도 내년 6월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기 전망을 두고는 IB 10곳 중 절반이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21일(현지시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미국경제 동향 및 2024년 전망’을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미 IB들은 내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시점에는 견해를 달리 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3월을 첫 인하 시기로 내다봤다. IB 10곳 가운데 가장 빠른 전망이다. 이어 TD증권은 5월, JP모건, 노무라, 웰스파고 등 6곳은 6월로 예측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중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예측은 내년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각각 내년 7월과 8월에 열린다. 내년 11월엔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에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경기 침체 여부에 대한 전망은 반반으로 갈렸다. JP모건, BoA,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5개 IB는 “내년 경기 침체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 중 JP모건, BoA, 바클레이즈는 경기 침체는 없지만, 경기가 둔화하는 ‘연착륙’을 예상했다.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경기 침체 없이 호황기를 이어가는 ‘무착륙’(노랜딩·no landing)을 전망했다. 공급망 정상화, 노동공급 증가 등 공급 측 요인과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 제한이 초과 수요를 적절히 억제했다는 판단이다. 

반면 시티,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노무라, TD증권은 완만한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공급 측 순풍(tailwind)이 약해진 가운데, 통화정책의 누적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침체 여부에 대한 전망은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예측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연착륙을 예상한 IB들의 경우 평균 금리 인하 폭을 –105bp(bp=0.01%)로 봤다. 내년 한 해 동안 1.05%포인트를 내릴 것이란 얘기다. 반면 경착륙을 전망한 IB들의 예측은 이보다 더 큰 평균 –155bp였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인하 폭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경기침체 시 한차례 이상 50bp 인하할 것이라는 빅컷 전망이 담긴 여파”라며 “각 그룹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은 투자은행일수록 금리 인하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을수록 연준의 의도와 같이 정책 정상화 또는 보험성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으면 인플레이션 하락세 중단이나 반등을 우려해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저신용 기업들이 긴축 누적에 노출돼 내년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기업들은 심사가 까다로운 은행 대신 사모대출을 통한 고금리 차입을 늘리고 있다. 사모대출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투자 상품인 ‘그림자 금융’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규모는 2019년 7300억 달러(약 950조원)에서 2022년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원)로 급성장했다. 이 중 약 70%가 미국에서 취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사모대출을 통해 부실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증가하고 있어 저신용 기업 부채의 잠재리스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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