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낙서한 10대 청소년과 모방범죄를 일으킨 20대 피의자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22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3시부터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받는 임아무개(17)군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2시33분께 임군은 남색 패딩 점퍼 차림에 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군은 ‘범행 혐의 모두 인정하나’, ‘범행을 수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CCTV로 잡힐 줄 몰랐나‘, ’문화재에 낙서하기 전에 거부감은 안 들었나‘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섰다.
앞서 임군은 연인 관계로 알려진 김아무개(16)양과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께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 문구와 함께 ‘○○○티비’, ‘△△’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남긴 혐의를 받는다.
둘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서할 장소와 문구 등은 의뢰인이 지정했고, 범행 도구인 스프레이는 직접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전 의뢰인에게 총 1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받았다고 전해졌다. 돈은 모두 임군이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피의자들은 19일 저녁 경기도 수원에서 각각 체포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들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일 임군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양은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이날 0시께 석방됐다.
경찰은 이들의 SNS 접속·대화 기록 등을 분석해 배후가 실제로 있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담벼락에 적힌 불법 공유 사이트 측은 이번 사건과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방범행을 저지른 뒤 자수한 설아무개(28)씨는 이날 영장심사를 받고 법원을 빠져나오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호송차에 올랐다.
설씨는 임군 범행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로 입건됐다.
설씨는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는 것 같다”며 “그저 낙서일 뿐이다. 숭례문을 불태운 사건을 언급하면서 끔찍한 사람으로 보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