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없이 권한만”…136개 회사서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 재직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2.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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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 16.6%…5년 만에 증가
사외이사 ‘거수기’ 노릇…이사회 원안 가결률 99.3%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중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1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 임원으로서의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중 총수(동일인)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는 136곳으로 나타났다. 집단별로는 중흥건설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유진(8개), 하이트진로(7개), DB(5개) 순이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직위는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433개)였다. 총수 일가 등재 회사의 비율은 2018년 21.8%에서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2022년 14.5%로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증가 전환됐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 상승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소유와 경영 분리 및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88.9%)으로 9개 계열사 중 8개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반면 삼천리와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DL 등 5개 집단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총수 2·3세는 2.5개) 겸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매우 높았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작년(51.7%)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고,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 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였다. 상장사 소수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 행사됐다. 소수 주주권이 확실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다만 주주제안권(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10건) 행사 건수는 작년보다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426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 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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