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9억6000만원 기부한 ‘얼굴없는 천사’…올해는 8000만원 두고 사라져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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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해 “교회 표시판 뒤에 뒀다”
기부금 도난 사건에도 불구하고 24년간 매해 선행 이어와
27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일명 ‘얼굴없는 천사’ A씨가 두고 간 기부금을 세고 있다. 이날 총 8006만3980원을 기부한 A씨는 지난 24년 간 총 9억6479만7670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일명 ‘얼굴없는 천사’ A씨가 두고 간 기부금을 세고 있다. 이날 총 8006만3980원을 기부한 A씨는 지난 24년 간 총 9억6479만7670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연합뉴스

지난 24년 간 매해 불우이웃을 위한 거액의 성금을 기부해온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엔 약 8000만원을 기부한 채 홀연히 사라졌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3분쯤 노송동주민센터에 신원미상의 중년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주민센터 인근) 이레교회 표시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지역 사회에서 일명 ‘얼굴없는 천사’로 유명한 익명의 기부자 A씨의 전화였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확인한 곳엔 현금과 돼지저금통, 편지가 든 종이상자가 있었다. 5만원권 지폐 및 동전 다수가 포함된 액수를 모두 더해보니 8006만3980원의 거액이었다. 편지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써있었다.

A씨의 선행은 지난 24년간 매해 빠짐없이 진행돼온 연례행사다. 2000년 4월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으로 선행을 시작한 A씨는 2019년 약 6000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지속, 올해로 25번째 선행을 이어갔다. 그간 누적된 기부액만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A씨는 작년엔 7600만5580원을 기부하며 편지를 통해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뤄졌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A씨의 선행이 가져온 파급력은 컸다. 그의 성금은 생활고를 겪는 6578세대에 현금, 연탄, 쌀 등으로 전달됐고, 노송동의 저소득 가정 초·중·고교 자녀에겐 장학금 명목으로도 지급됐다. 지역 주민들은 매년 10월4일을 이른바 ‘천사의 날’로 지정해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진행해 왔다. 전주시 측은 노송동주민센터 인근 도로를 ‘얼굴없는 천사도로’로 명명하고 기념비를 세워 기리고 있다.

한편 송해인 노송동장은 A씨의 이번 기부에 대해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그가 바란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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