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미스트롯3》 여전히  강했다
  •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9 13:05
  • 호수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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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시청률 16.6%로 원조 브랜드의 압도적 위상 재현
빈예서·채수현·오유진·진혜언·복지은…제2의 송가인 보인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미스트롯3》가 시작됐다. 전작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기대가 모이는 건 당연하다. 거기에 더해 우려까지 컸던 건 《미스트롯1》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2019년 방영된 《미스트롯1》은 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역사적인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18.1%가 대단한 수치이긴 하지만, 역사적이라 할 만한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 수치로는 재단할 수 없는 엄청난 화제성이 터졌었다. 100여 명의 출연자가 빨간 옷을 입고 단체로 등장한 모습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처음엔 퇴폐 논란도 있었고, 대놓고 즐기기보다는 숨어서 향유하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부끄러운 것이나 비난받을 만한 것을 즐김) 같은 느낌도 있었다.

ⓒTV CHOSUN 제공

예상보다 반응 뜨거운 《미스트롯3》

하지만 참가자들의 실력과 진정성이 프로그램을 양지로 끌어올렸다. 특히 송가인이라는 당대의 스타,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하면서 《미스트롯1》은 일약 트렌드를 선도하는 핫한 오디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 이후 거대한 트로트 오디션 광풍이 불었으니 트렌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오디션 중 하나라 할 것이다. 그 후 ‘미스트롯’의 남자편인 《미스터트롯1》이 2020년 방영되면서 이 시리즈의 위상은 다른 차원으로 상승했다. 임영웅을 비롯한 ‘톱7’이라는 전설적 스타 군단을 탄생시키며 시청률 35.7%를 찍은 것이다. TV조선은 일약 예능 강자로 부상했고, 트로트 오디션 대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지금은 2023년의 막바지를 지나 신년의 초입이다. 트렌드는 돌고 도는 법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 2020년에 꽉 찼으니 이젠 기울 때가 됐다. 트렌드 소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도 했다.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트로트 오디션에 뛰어들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트로트 오디션 열기를 소진시킨 것이다.

《미스트롯2》까지는 32.9%라는 놀라운 수치로 선방했지만 그 후 하향세가 본격화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트로트 오디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가는 게 체감될 정도였다. 트로트 오디션뿐만 아니라 오디션 자체에 대해 이전 같은 열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미스트롯3》에 대해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제기됐던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방영된 《미스트롯3》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1회 시청률이 전국 유료 기준 16.6%가 나왔다. 목요일 전체 프로그램 1위였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3%까지 찍었다. 요즘 같은 TV 시청률 약세기에 1회 시청률 16.6%는 놀라운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20%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물론 과거의 놀라운 성적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그때의 성적은 워낙 특수하고 예외적 상황이었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한,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 혼자서 판타지 영역에 떠있는 듯한 그런 성적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상황이 지속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판타지 영역에서 현실로 내려오는 건 필연이었다. 1회 16.6% 정도면 현실적 영역에서 최고 성적이라 할 만하다. 판타지 기운이 아직도 살짝 느껴질 정도의 높은 성적이다.

높은 화제성 속에 후반부에 진입한 JTBC 오디션 《싱어게인3》의 시청률이 6~7%대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미스트롯3》의 1회 16.6%가 얼마나 높은 성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글자 그대로 ‘넘사벽’인 것이다. 2023년 12월23일 방영된 《미스트롯3》 2부 재방송조차 6.1%를 기록했다.

이번 《미스트롯3》에선 제작진의 자신감과 함께 위기의식이 동시에 느껴진다. 자신감은 12월 방영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를 만들었던 제작진이 TV조선에서 독립한 후, 작년부터 MBN에서 오디션을 제작해 왔다. 그리고 MBN 《불타는 트롯맨》과 TV조선 《미스터트롯2》가 동시에 12월에 시작하면서 정면 대결을 벌였다.

ⓒTV CHOSUN 제공
ⓒTV CHOSUN 제공

위기의식으로 확 바꿨다

그런데 2023년 여성 트로트 오디션 대결에선 MBN 《현역가왕》이 11월 방영을 선택했다. 시장 선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에선 이렇게 편성 시점을 앞당겨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이 자주 나타난다. 한쪽에서 이러면 반대쪽에서도 응전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미스트롯3》 제작진은 응전하지 않았다. 그냥 기존에 해왔던 대로 12월 방영을 고수했다. 굳이 편성 경쟁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미스트롯2》와 《미스터트롯2》가 모두 12월에 시작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편성을 바꿀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주위 환경과 상관없이 자신의 스케줄대로 진행하는 모습에서 원조 브랜드의 압도적 위상이 엿보인다.

하지만 제작진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잇따라 대성공을 거둔 오디션으로서 포맷을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데 굳이 바꿨다. 기존엔 다양한 캐릭터의 100여 명이 출연해 1회전을 치렀다. 이벤트성 출연자도 있었고, 관객처럼 즐기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비판받을 정도로 흥겨움에 치중했었다. 그렇게 1회전에서 예열을 하고 2회전부터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이번엔 72명이 참가해 1회전부터 1대1 서바이벌 대결을 펼쳤다. 기존 포맷에서의 1회전을 아예 삭제하고 대뜸 2회전부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긴장도를 바로 끌어올려야 시청자를 흡인할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 기존 방식대로 100여 명 규모의 1회전부터 했어도 충분히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오디션 약세에 제작진의 위기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처음부터 1대1 서바이벌 대결을 펼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실력자 조기 탈락 우려다. 각 부 단위로 서바이벌 대결을 펼쳤는데 이러면 결국 실력자가 밀집된 부에서도 절반이 무조건 탈락하게 된다. 전체 2위 실력자도 1위와 붙으면 1회에 탈락하는 것이다. 이게 1대1 서바이벌 대결의 맹점인데 제작진은 이 문제를 올하트 자동진출로 해결했다. 심사위원들에게 올하트를 받으면 1대1 대결 승패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음 회로 진출한다는 설정이다. 1회전부터 서바이벌 대결로 긴장도를 끌어올리면서, 올하트 패스로 실력자들의 조기 탈락도 막겠다는 제작진의 고심이 엿보인다.

72인 선발에도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다. 오디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바로 출연자들이다. 뛰어나고 매력적이며 신선한 출연자를 많이 확보한 오디션이 결국 성공한다. 문제는 그런 출연자군의 씨가 말랐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트로트 오디션이 집중적으로 이어지면서 나올 만한 사람은 다 나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스트롯3》 제작진은 마른 수건을 짜내는 데 성공했다.

새싹부, 챔피언부, 현역부, 직장부, 영재부, 여신부, 대학부, 상경부 등 8개 부로 나뉜 출연자들의 수준이 상당했다. 기존 오디션이나 대회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이들도 챔피언부로 흡수했다. 이들은 명불허전의 실력을 선보였다. 1회전에 올하트가 쏟아지면서 1대1 동반 진출자가 속출했는데, 심사가 너무 관대했다는 등의 논란은 전혀 없었다. 출연자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해 1회전 탈락은 말이 안 된다는 암묵적 컨센서스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럴 정도의 실력자들이 진심으로 격돌하며 명무대를 만들어내자 1회 시청률 16.6%라는 높은 성적이 나온 것이다.

‘미스트롯’ 시리즈는 뛰어난 공연으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어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1회 방영 이후 빈예서가 《모정》을 부르는 장면이 5일 만인 지난해 12월26일 기준 플랫폼 통합 4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11세의 어린아이가 이미자의 《모정》을 선곡해 사람들이 놀랐는데, 노래를 들은 후 더욱 놀랐다. 별로 동요하지 않던 박칼린 마스터가 빈예서의 노래를 듣고 ‘오매 오매!’라며 경악할 정도였다.

이 밖에도 1회 내용 중에서 채수현의 《추억의 소야곡》, 오유진의 《돌팔매》, 진혜언의 《시절인연》, 복지은의 《배 띄워라》, 김소연의 《해바라기꽃》 등의 무대들도 100만 뷰를 향해 조회 수를 늘려가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복지은은 가요창법과 성악발성을 넘나드는 가창으로 김호중을 떠올리게 했다. 《미스터트롯》 당시 성악가인 김호중이 트로트식 가요창법을 선보여 오디션에 임하는 진정성을 느끼게 했었다. 또 적재적소에 성악발성으로 고음을 터뜨려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복지은도 그때의 김호중처럼 가요창법과 결정적인 순간 성악발성 터뜨리기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

《미스트롯3》 참가자들(오른쪽) 《미스트롯1》에서 우승한 가수 송가인 ⓒTV CHOSUN 제공·연합뉴스

또다시 펼쳐진 경이로운 무대들

2018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출신이며 국립국악고등학교 판소리과를 다니다 《미스트롯3》 도전을 위해 자퇴했다는 진혜언은 이찬원의 《시절인연》을 불러 감동을 안겼다. 국악발성을 절제한 가요 느낌의 감성 표현으로 앞으로 펼칠 다른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MBC 《트로트의 민족》 2위 출신인 김소연은 그새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로트의 민족》 출연 당시에도 끼와 실력으로 인정받았는데, 지금은 완성형 트로트 가수로 진화한 느낌이다. 《미스트롯3》 참가를 계기로 그의 스타성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출연자들도 고르게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를 흡인하고 있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미스-미스터 트롯’ 인기까지는 가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그 프로그램들의 인기는 비현실적 판타지였다. 현실 방송 기준으로는 《미스트롯3》가 가장 높은 수준의 인기를 누리게 될 분위기다.

이 시리즈에는 그동안 집요한 폄하 보도가 이어졌다. ‘미스터트롯’ 시리즈와 비교하며 실패작이라고 하거나, 포맷이 같아서 식상하다는 식이다. ‘미스터트롯’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모든 프로그램이 실패작이다. 포맷으로 따지면 모든 오디션이 같은 내용이다. 유독 이 시리즈에만 높은 기준이 적용되며 부정적 지적이 반복된다. 트로트에 대한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많은 국민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겨울, 즐거움과 위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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