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 투자유치’ 청년 창업가들의 새해 소망…“기부로 저성장 해결”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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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의 1% 내어놓는 서약 확산해 성장 둔화 극복에 앞장서기로 결의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 결합한 형태로 기부해 가시적인 성과 만들 것”

각광받는 젊은 기업인 80여 명이 새해를 앞두고 머리를 맞댔다. 각자의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업인들이 열 일을 제쳐놓고 협업에 나선 이유는 저성장이란 국가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다. 방법론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해외 시장 개척도 아닌 ‘기부’다.

젊은 기업인들 모임인 파이어사이드(fireside)의 이세종 대표가 12월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이어사이드 제공
젊은 기업인들 모임인 파이어사이드(fireside)의 이세종 대표가 12월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모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이어사이드 제공

평균 연령 30대 중반의 젊은 기업인들이 이끌어가는 단체 파이어사이드(fireside)는 최근 대한민국 최대 리스크로 저성장을 지목하고, 이를 해결할 기부 방법 찾기에 매진하는 중이다. 파이어사이드엔 스타트업 창업자 등 전도유망한 기업인 85명이 속해 있다. 공개 투자를 받은 25명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을 합치면 7500억 원에 이른다. 

자신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실력과 불굴의 노력 외에 시장 상황이나 사회 인프라 같은 외부 요소의 도움도 크게 작용했다고 파이어사이드 멤버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파이어사이드는 성공을 이룩해가는 기업가들이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작금의 저성장 국면은 파이어사이드 멤버들을 비롯한 기업가들에게 위기이자 책임질 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2%는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LG경영연구원도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1950년대 전쟁 혼란기 이후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에서만 2%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2023년 수출 부진 지속과 소비 회복세 약화 속에 1.3% 성장에 그치고, 2024년에도 2년 연속 2% 성장률에 미달하면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월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모임에 파이어사이드 멤버들과 유관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파이어사이드 제공
12월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모임에 파이어사이드 멤버들과 유관 기업·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파이어사이드 제공

파이어사이드 멤버들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모여 저성장의 현황과 원인, 역점 과제, 문제 해결 방법 등을 놓고 3시간가량 치열하게 토론했다. 현대글로비스, 행복나눔재단, 인액터스 코리아, 팬임팩트코리아 등 유관 기업·기관 관계자들도 토론에 참여했다. 

저성장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 경제·정치 리스크와 미흡한 정책과 법제도가 우선 거론되지만, 파이어사이드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기업가 정신, 사회적 책임 등이다. 비상한 각오와 전략으로 뛰지 않는 기업도 저성장 극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파이어사이드 멤버인 임지성 사우스벤처스 대표는 “우리가 모두 저성장 문제의 전문가가 될 정도로 깊이 파고든다면 앞으로 5년, 10년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독려했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론과 관련, 파이어사이드 멤버들은 각자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 또는 시간의 1%를 사회에 기부하는 ‘1% 플레지(pledge·서약)’ 운동을 확산하기로 결의했다. 1% 플레지는 1년 단위로 운영되며, 기부에 서약할 기회는 연중 2번 진행되는 게더링 행사에서 주어진다. 기부하고 나서 후기 작성과 설문조사 등을 진행해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증명할 계획이라고 파이어사이드 측은 전했다. 이세종 파이어사이드 대표는 “일상적인 기부와 다른 점은 기부자가 기부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오는 2024년에 저성장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형태로 기부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의 영 리더들이 직접 나서 기부 문화의 확장과 책임 있는 신(新)기업인 세대를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1% 플레지 운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의 기부 문화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에 나눔온도가 60.5도로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12월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에 나눔온도가 60.5도로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올해 고액 기부 줄어 1인당 현금 기부액 첫 감소 

올해 고액 기부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인당 현금 기부액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근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직전 1년간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58만9800원으로 2021년(60만3000원)과 비교해 1만3200원(2.2%) 줄었다. 1인당 평균 현금 기부금이 줄어든 건 2011년부터 2년 단위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올해 기부금 총액 자체는 늘면서 기부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13세 인구 1인당 평균 기부액(13만3500원)은 2021년보다 9100원(7.3%) 증가했다. 기부자 1인당 평균 기부액은 줄었지만 총 기부액 자체는 늘었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부자와 현금 기부 규모 자체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고액 기부액이 줄고 소액 기부가 늘면서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균 기부액이 큰 고소득 가구일수록 현금 기부액이 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1인당 현금 기부액은 74만9200원으로 2021년(89만6900원)보다 14만7700원(16.5%) 감소했다. 소득 500만∼600만원 가구와 400만∼500만원 가구의 현금 기부금도 같은 기간 각각 4만2500원(6.9%), 4만1800원(7.1%) 줄어든 57만1600원, 54만5600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구는 13세 인구 1인당 평균 기부금도 모두 감소했다. 전체 기부금 총액도 줄었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 100만∼200만원, 200만∼300만원 가구의 평균 현금 기부액은 각각 37만7200원, 45만6500원으로 같은 기간 1만6200원(4.5%), 3만1000원(7.3%) 증가했다. 특히 소득 300만∼400만원 가구의 현금 기부액은 같은 기간 10만1000원(22.7%) 늘어난 54만6500원으로 다른 가구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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