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에도 ‘이슈푸드’…먹태깡 성공공식 주목하는 유통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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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태깡‧점보도시락 등 2023년 유통가 이끈 히트템
인스타‧유튜브 등서 화제 일으키며 품귀현상
“식품업계에도 ‘챌린지 효과’ 투영” 분석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품귀 현상을 만들어 낸 식품들이 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들어온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아사히 슈퍼드라이)은 마트 오픈런 현상을 불러왔다. 농심이 새우깡 후속작으로 출시한 먹태깡은 ‘없어서 못 사는 제품’이 됐고, 팔도 도시락을 8.5배 키운 점보 도시락 5만 개는 단 3일 만에 동났다.

이 식품들은 SNS상에서 숱하게 인증되고 이슈몰이를 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24년 갑진년에도 일명 ‘이슈푸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유통가는 히트 상품의 ‘성공공식’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br>
지난해 7월30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인증’ 이어지며 ‘이슈’…기업에도 호재로 작용

이슈푸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타고 날았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구하기 어려운’ 식품들을 구매해 먹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인증했다. ‘희귀템’에 대한 관심은 제품 구매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먹태깡과 아사히 슈퍼드라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대중적 흐름에 올라탄 바 있다.

GS25는 애초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먹방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점보 도시락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출시 이후 유튜브 먹방 콘텐츠로 활용되면서 이슈화됐다. 기존 팔도 도시락 대비 8.5배에 달하는 중량과 거대한 사이즈는 ‘인증’의 재미까지 부여했다.

이 같은 히트 상품에 대한 관심은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3분기 ‘포스팅 빅 데이터 조사’에서 9만 건이 넘는 게시글 수를 기록,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카페, X(구 트위터) 등 채널의 포스팅 수를 분석한 결과로, 농심이 이 같은 성적을 낸 데는 먹태깡의 활약이 컸다. 먹태깡은 농심의 신제품 매출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증권가에서는 먹태깡이 월 20억원 수준의 매출 기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점보 도시락을 출시한 GS25는 두 가지의 부수적 효과를 봤다. 기존 도시락 제품의 판매량 증가와 전용 앱 가입자 수 증가다. 점보 도시락과 비교하기를 원하거나 점보 도시락 구매에 실패한 이용자들이 기존 도시락 제품을 구매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재고를 확인하고 구매하기 위해 GS리테일 전용 앱인 ‘우리동네GS’에 가입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제품에 대한 인기를 확인한 GS25는 점보 도시락을 상시 운영 상품으로 전환하고, 시즌2 제품인 공간춘까지 내놨다.

점보도시락과 공간춘 ⓒGS25 제공
점보도시락과 공간춘 ⓒGS25 제공

2024년에도 ‘이슈식품’ 뜬다…‘장기적 화제성’ 과제

올해도 이슈푸드가 인기를 끄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힌트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배달의민족(배민)이 공동연구해 발표한 ‘2024년 외식업 트렌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해 키워드 중 하나는 ‘이슈푸드’로,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금세 사라지고, SNS를 통해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음식들이 올해에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특히 SNS를 ‘진화 푸드’의 중심지로 짚으며, 유행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즐거움이 공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 식품이 화제몰이를 하는 데는 소비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챌린지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발 등 패션 한정판을 구입하고 인증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식품업계에 투영됐다는 것이다.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SNS나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메뉴를 본 소비자들 중 65% 이상이 ‘기회가 되면 먹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26.6%는 ‘꼭 먹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품귀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5월9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9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의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다만 ‘장기적 화제성’이라는 과제가 있다. 이슈푸드는 SNS상에서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며 주목을 받지만, 일부는 단기간만 반짝한 뒤 사라지기도 한다. 희소성이 사라지고 주목도가 떨어지면 새로운 상품들에 밀리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지난 5월 국내에 상륙한 아사히 슈퍼드라이는 7월 한국 전용 디자인으로 공식 출시된 이후에도 ‘왕뚜껑 맥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많은 매장에서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점포별 맥주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반응이 시들해진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올해 10월 기준 소매점 판매액은 204억원으로, 전월(341억원) 대비 40.2% 감소했다.

판매액이 감소한 배경에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사라진 희소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매 개수 제한이 사라지면서 아사히 슈퍼드라이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맥주가 됐고, 소비자들은 희귀하지 않은 상품에 ‘다른 맥주에 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먹태깡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먹태깡은 25주 동안 1170만 봉이 넘게 팔렸다. 한 주에 약 47만 봉이 판매되면서 농심의 효자 상품인 꿀꽈배기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슈 상품의 화제성과 판매량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며 “그만큼 화제가 된 상품의 장기적 흥행 가능성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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