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 해명성보다 ‘사과성 설명’이 필요하다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2 09: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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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디올백 함정 취재’의 덫에 걸려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석 달째다. 덫을 놓은 사람은 “북한은 정당한 나라”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 최재영 목사(61). 최 목사는 2023년 1월 송출이 중단된 인터넷 매체 통일TV의 초창기부터 부사장이었다. 통일TV의 콘텐츠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7월 “김정은을 찬양하거나 북한 체제의 우월성 등을 선전하는 북한 제작 영상물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던 것은 명백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최 목사가 2013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전승절 기념행사, 2014년 태양절 행사에 참석했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친북인이라는 점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인물의 오랜 세월에 걸친 치밀한 준비에 따라 김건희 여사는 2022년 9월, ‘손목시계에 장착된 카메라’의 사냥감이 되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디올백 선물을 받는 장면이 담긴 문제의 동영상은 1년2개월 동안 서랍 속에 있다 드라마틱하게 편집돼 2023년 11월 서울의소리에 의해 폭로됐다. ‘아내의 부적절한 언행’ 혹은 ‘영부인의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걸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요즘 풍문에 김건희 여사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윤 대통령은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한다. 야당의 무차별 공격은 그렇다 치고 여당 안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으니 디올백 몰카 공작은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br>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br>

억울함·배신감보다 국민이 받은 충격 생각을

민주당 요직에 있는 다선 의원은 사석에서 “제2, 제3의 ‘김건희 동영상 파일’이 쌓여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차례로 공개해 국민의힘을 궤멸시킬 것이다. 압도적 의석을 얻어 윤 대통령을 탄핵해 정권을 무너트리고 조기 대선까지 이어 달릴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또 다른 김건희 파일들이 실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언엔 디올백 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갖게 된 자신감이 투영돼 있다. 따라서 여권 내부의 균열이 봉합돼 안정을 찾아간다는 평가나 설 연휴를 앞두고 예상된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성 설명’이 디올백 스캔들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기왕에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국민 앞에 소명하려고 결심했다면 누가 보더라도 완연한 ‘사과성 설명’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어정쩡한 해명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국민 분열만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의 언어는 보편적인 국민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하는 법이다. 다수 국민은 함정 취재의 악의성이나 불법성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짜리 명품 선물을 받아드는 모습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의 감정보다 다수 국민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더 중시해야 한다.

 

김용현 경호처장에게 ‘경호 실패’ 책임 물어야

윤 대통령 부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억울함과 배신감이 있을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가 나눴던 구구절절한 카톡 내용엔 김 여사가 최 목사의 노회하고 집요한 로비 공세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등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가 그중 일부만 악의적으로 편집해 김 여사를 마녀화했다는 분노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지위는 개인적인 감정 표출은 멀리하고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살펴 언행을 선택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이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면 김 여사 문제와 별도로 김용현 경호처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처장은 친북 행적을 반복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대통령 부인과 지근거리에서 만나는 것을 허용하고, 그가 카메라 부착 팔목시계를 찬 채 보안검색대를 무사 통과하게 내버려둔 경호 실패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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