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인니 기술자, KF-21 내부자료 유출하려다 적발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2.02 14: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발자료 담긴 USB 유출 시도…회사 검색대서 걸려
국정원·방첩사·방사청 조사팀 구성…내부 조력자 가능성도
지난 2021년 1월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관련 내부자료를 유출하려다가 적발됐다.

2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KF-21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가 KAI에 파견한 기술자들이 개발 과정 등 다수의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유출하려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USB를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 검색대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이 사실을 국가정보원과 방사청,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통보했고, 이들 기관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안도네시아 기술자들이 유출하려고 했던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KF-21 인도네시아 인원에 의한 기술 유출 관련 정황에 대해서는 현재 국정원을 포함한 관계기관이 합동조사 중"이라며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세부사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정확히 어떤 자료를 유출하려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소지한 USB에는 상당한 분량의 자료가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KAI 관계자는 "현재까지 군사기밀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되는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반자료가 다수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KAI 건물 내부는 보안 등급에 따라 출입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구역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와 국정원 등은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많은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미뤄볼 때 KAI 내부에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가 미국에서 이전받은 기술 중에는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을 받지 못한 것도 있어, 미국 측이 E/L 미승인 자료 유출 가능성을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부터 KF-21 전투기를 공동 개발 중이며 현재 KAI 사천공장에는 현지 기술자 3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약 1조원을 연체 중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